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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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골드트리거에서의 20년
마지막 페이지다. 이제 분석도 논증도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서 작별의 말을 남기려 한다.
나는 20년을 금과 함께 살았다. 경제를 분석하는 자리에서 출발해, 실물 금을 직접 다루는 거래소 '골드트리거'를 운영하며 현장의 한복판에 서 왔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숫자와 이론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보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의 눈빛이 어떻게 바뀌는지, 종이 약속을 쥔 사람과 실물을 쥔 사람의 표정이 어떻게 갈리는지, 평온할 때 큰소리치던 자산관이 위기에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08년의 일이다. 그해 가을, 리먼 사태가 본격화된 뒤 거래소 문이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반반이었다. 절반은 금을 팔러 온 사람들이었다. 공포에 휩쓸려, 계좌에서 현금을 빼 생활비에 충당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금을 사러 온 사람들이었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표정으로, 보유 현금을 들고 나타난 사람들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 두 부류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나는 그 순간을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위조 금을 들고 온 사람들도 수없이 만났다. 그들은 모두 피해자였다. 싸게 판다는 말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산다는 안심에, 확인을 미루었다. 금처럼 보이는 것이 금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종이 위의 약속이 실물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검수와 인증을 거듭 강조했다. 실물을 쥐는 것만큼이나, 그 실물이 진짜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담은 것은 그 현장의 증언이다. 나는 이론가가 아니라 증인으로서 이 책을 썼다. 그래서 화려한 전망이나 솔깃한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현장에서 거듭 확인한 단순한 진실들을 적었다. 화폐는 부식되고 금은 부식되지 않는다는 것, 편의와 안전은 다르다는 것, 위기에 손에 쥘 수 있는 것만이 진짜 방패라는 것. 누군가에게는 답답할 만큼 보수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20년간 수많은 위기와 거래를 지켜본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과거 데이터를 미래에 그대로 대입하는 유혹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금의 구조적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다. 금이 반드시 오른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금을 보유하는 이유를 납득시켜야 했다.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이 책이 내내 씨름한 과제였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맹목적 금 신봉자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 책이 독자에게 심어 주고 싶은 것은 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산을 보는 독립적인 눈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으로 당신을 부자로 만들 자신은 없다. 그것을 약속하는 사람을 나는 오히려 경계한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이 책의 원칙을 따른다면, 당신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긴 인생에서 그 한 번을 버텨 내는 것이, 백 번의 작은 이익보다 값지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말고, 오늘 작은 한 걸음을 떼어 달라는 것. 1그램의 금이라도 좋다. 그 작은 시작이 언젠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지키는 토대가 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20년간 금을 다루며 배운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이제 그것은 당신의 것이다. 부디 잘 쓰이기를. 그리고 위기의 어느 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떠올리는 순간이 당신에게 오기를. 그거면 나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한다. 이 책은 1편이다. 2편에서는 은(Silver)과 금은비(金銀比)의 세계로 들어간다. 왜 은이 금보다 더 급격히 오르고 더 급격히 빠지는지, 그 변동성을 어떻게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를 다룬다. 3편에서는 포트폴리오 운용의 실전을 다룬다. 지금 이 책에서 세운 신념과 이론이 실제 삶의 자산 배치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걷겠다. 1편을 여기까지 따라온 당신이라면, 그 길도 함께 걸을 준비가 돼 있다.
먼 길을 함께 와 주어 고맙다.
출처
- 저자 정체성(20년 경제 애널리스트 겸 실물 금 거래소 '골드트리거' 운영 현장 증인) | 본서 집필 헌장 | —
- 핵심 메시지 종합(화폐 부식·편의와 안전 구분·실물 방패·작은 시작) | 본서 전권 | —
- 2008년 거래소 현장 일화(줄 선 매도자·매수자) | 저자 직접 경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