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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4 · 부의 측정 단위를 바꾸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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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말 금 그램 수로 결산하기

이제 이 모든 관점을 하나의 습관으로 바꿔 보자. 아주 단순하지만, 한번 들이면 당신이 부를 보는 눈을 영영 바꿔 놓는 습관이다. 매년 말, 당신의 자산을 원이 아니라 금 그램 수로 환산해 적어 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연말에 당신의 순자산 총액을 그날의 금 시세로 나눈다. 그러면 '내 재산은 금 몇 그램어치인가'라는 숫자가 나온다. 올해 그 숫자를 적고, 내년에 다시 적는다. 그렇게 몇 년을 쌓으면, 당신의 부가 진짜로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자. 2024년 말 한국 금 시세가 1그램당 약 12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순자산이 3억 원이라면, 금 그램 수는 약 2,500그램이다. 이듬해 순자산이 3억 3천만 원으로 10퍼센트 늘었는데, 금 시세가 같은 기간 1그램당 14만 원으로 올랐다면 금 그램 수는 약 2,357그램이다. 원으로는 10퍼센트 성장했지만, 금으로는 오히려 143그램을 잃은 것이다. 이 결과는 칭찬이 아니라 경고를 보내야 할 한 해다.

왜 이렇게 하는가. 원으로 잰 자산은 매년 커진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 묽어지니, 가만히 있어도 숫자는 부풀어 오른다. 그 부푼 숫자를 보며 우리는 부유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줄어들지 않는 자인 금으로 다시 재면, 그 착시가 걷힌다. 원으로는 10퍼센트 늘었는데 금 그램 수로는 오히려 줄었다면, 당신은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가난해진 것이다. 숫자에 속지 않으려면 자를 바꿔야 한다.

역사를 보면 이 차이는 극명하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한국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이 원화 기준으로 견실해 보였지만, 1997년 말 환율이 달러당 2,000원에 육박하고 금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금 그램 수로 환산하면 자산은 반 토막이 났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충격처럼 화폐 시스템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이 결산법은 진실을 드러낸다. 화폐 표시 자산의 팽창이 실제 부의 팽창이 아닌 착시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결산은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열심히 저축한 한 해였는데도 금 그램 수가 제자리라면, 당신의 노동이 화폐 부식을 겨우 따라잡았을 뿐임을 알게 된다. 반대로 자산의 일부를 금으로 옮겨 둔 사람은, 위기의 해에도 그램 수가 늘어나는 경험을 한다. 화폐로 재면 같은 해가 전혀 다르게 채점된다.

이 습관을 실천하는 방법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노트 한 줄이면 된다. 날짜, 순자산 총액, 그날의 금 시세, 그리고 환산 그램 수. 이 네 칸을 매년 같은 날 채운다. 스마트폰 메모앱이든 종이 노트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일관성이다. 처음 몇 년은 단순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10년이 쌓이면 당신 자산의 실제 궤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이 습관을 매년 같은 날, 의식처럼 치르기를 권한다. 부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작은 측정에서 시작된다. 자를 바꾸면 판단이 바뀌고, 판단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다음 장에서는 이 새로운 자를 다른 자산들과의 비교에까지 확장하는 법을 보겠다.


출처

  • 금 그램 환산 결산(명목 화폐 착시 제거) | 본서 1-1-2 관점 적용 | —
  • 금값 환산 기준 | 우리 DB metal_usd_dail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