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4 · 부의 측정 단위를 바꾸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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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비교의 새로운 좌표축
금이라는 자를 손에 쥐었다면, 이제 그것으로 세상의 모든 자산을 다시 재 볼 수 있다. 부동산도, 주식도, 자동차도, 심지어 당신의 연봉도 금으로 환산하는 순간 전혀 다른 좌표 위에 놓인다.
집값을 예로 들자. 어떤 아파트가 10년 전 5억이었고 지금 10억이라면, 원으로는 두 배가 되었다. 축하할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값이 세 배가 되었다면, 금으로 환산한 그 집은 오히려 싸진 것이다. 10년 전 그 집을 팔아 금을 샀다면 지금 집을 두 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원이라는 자로는 이긴 것 같지만, 금이라는 자로는 진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 줄어드는 자가 진실일 리 없다.
이 비교를 역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1970년 도우존스 산업지수는 약 800포인트였고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35달러였다. 즉 주가지수를 금으로 환산하면 약 22.9온스에 해당했다. 2011년 금값이 사상 최고치인 약 1,900달러 수준에 도달했을 때, 도우존스는 약 12,000포인트였다. 금으로 환산하면 약 6.3온스로 줄어들었다. 달러로는 주식이 15배 올랐지만, 금으로는 오히려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원이라는 자, 달러라는 자로만 보면 보이지 않는 진실이다.
연봉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2000년에 연봉 3천만 원을 받던 사람이 2024년에 6천만 원을 받는다면 원으로는 두 배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값이 다섯 배 이상 올랐다면, 이 사람의 실질 임금은 금 기준으로 절반도 안 된다. 노동의 대가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줄어든 것이다. 이 관점은 임금 협상이나 직업 선택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좌표축은 자산들 사이의 진짜 순위를 보여 준다. 화폐로 재면 모든 자산이 다 오른 것처럼 보여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러나 금으로 재면, 화폐 부식이라는 공통의 거품이 걷히고 어떤 자산이 진짜로 가치를 키웠고 어떤 자산이 부식을 겨우 따라갔는지가 선명해진다. 같은 출발선에서 누가 실제로 앞섰는지를 가르는 결승선이 생기는 것이다.
실용적으로는 이렇게 쓸 수 있다. 여러 자산을 비교할 때 공통 단위로 금을 쓴다. 아파트 A와 주식 포트폴리오 B 중 어느 쪽이 실질적으로 더 성장했는지를 판단할 때, 둘 다 금으로 환산해 5년 전과 비교하면 명확한 답이 나온다. 단순히 '오른 자산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화폐 부식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자산을 고르는 것'이라는 기준이 생긴다.
물론 모든 자산을 금으로만 재라는 뜻은 아니다. 금은 이자도 배당도 월세도 낳지 않으니, 현금흐름이 필요한 자산은 그 나름의 자로 따로 봐야 한다. 다만 '가치를 지켰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금이라는 자가 가장 정직하다. 두 개의 자를 함께 쓰되, 부의 보존을 따질 때는 줄어들지 않는 자를 기준으로 삼으라.
이렇게 좌표축을 바꾸면 투자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얼마나 올랐나'가 아니라 '금 대비 가치를 지켰나'를 묻게 된다. 이 질문을 품은 사람은 화폐의 환상에 휘둘리지 않는다. 1장의 여정은 여기서 마친다. 다음 장에서는 이 모든 관점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곧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실제로 무엇을 사들이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겠다.
출처
- 금 환산 비교(화폐 부식 거품 제거, 자산 간 실질 순위) | 본서 1-1-2·1-4-1 적용 | —
- 금의 무이자 특성(현금흐름 자산과 병행 평가 필요) | 본서 b-1-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