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래 로고

로그인 / 회원가입

로그인하고 시작하기

둘러보기

제2장: 중앙은행은 왜 금을 쌓아두는가 — 본질의 이해

2-3 · 금의 5가지 본질적 속성

조회 688

희소성 — 올림픽 수영장 4개

왜 하필 금인가. 은도, 구리도, 다른 금속도 많은데 왜 인류는 5,000년 동안 금을 특별하게 여겼는가. 그 답은 금이라는 물질이 타고난 몇 가지 속성에 있다. 그 첫 번째가 희소성이다.

놀라운 사실 하나로 시작하자. 인류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캐낸 모든 금을 한곳에 모으면, 그 부피가 생각보다 작다. 흔히 올림픽 규격 수영장 서너 개 정도를 채울 양이라고 말한다. 이 비유는 총 채굴량 추정치와 수영장 규격에 따라 개수가 조금씩 달라지는 시각화이니, 정확한 부피는 뒤에서 수치로 짚어 보겠다. 수천 년 인류 문명이 긁어모은 금 전부가 고작 그 정도라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치를 살펴보자.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인류가 역사적으로 채굴한 금의 총량은 약 20만 톤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를 부피로 환산하면 한 변이 약 22미터인 정육면체 정도다. 국제 표준 올림픽 수영장 한 개의 물 용량이 약 2,500세제곱미터이니, 환산하면 수영장 서너 개 분량이 된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장 한쪽 귀퉁이에 쌓아도 모두 들어갈 양이다.

이 희소성이 왜 중요한가. 가치를 지키려면 함부로 늘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폐는 버튼 하나로 무한히 찍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묽어진다. 그러나 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새로 캐내려면 땅을 파야 하고, 그 채굴량은 매년 전체 금의 한 줌 남짓에 불과하다. 연간 신규 채굴량은 약 3,0003,500톤으로, 기존 전체 재고의 1.52퍼센트 수준에 그친다. 누군가 금을 두 배로 늘리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늘릴 수 없음'이 금의 가치를 떠받친다.

이 연간 증가율을 경제 전문 용어로 '재고 대비 생산 비율(Stock-to-Flow)'이라고 한다. 금의 S2F 비율은 약 6070년이다. 현재 재고를 연간 채굴량으로 나눴을 때, 현재 물량을 쌓는 데 607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것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높다. 원유나 구리의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 수준이다. 높은 S2F 비율은 금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화폐 팽창 속에서 금이 가치를 지키는 물리적 근거다.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하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화폐량은 몇 배로 불어났다. 2000년 이후 미국의 M2(광의통화) 기준 통화량은 수십 조 달러 규모로 수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의 양은 겨우 한 자릿수 비율로 늘었을 뿐이다. 한쪽은 폭주하듯 늘고 다른 쪽은 거의 제자리니, 둘을 교환하는 비율, 즉 금값이 장기적으로 오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금이 비싸진 게 아니라, 흔해진 화폐가 희소한 금 앞에서 작아진 것이다.

채굴의 한계도 짚어야 한다. 지구상의 금은 유한하다. 지표 가까운 곳의 광산은 이미 상당 부분 개발되었고, 새로운 금광을 찾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심해와 소행성에 금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경제성 있는 채굴은 현재 기술로는 요원하다. 이 물리적 한계가 금의 희소성을 앞으로도 구조적으로 보장한다.

희소성은 금의 다른 모든 미덕의 출발점이다. 늘릴 수 없기에 신뢰를 담을 수 있고, 신뢰를 담을 수 있기에 5,000년을 살아남았다. 다음 장에서는 그 5,000년을 가능하게 한 두 번째 속성, 내구성을 보겠다.


출처

  • 인류 역사상 총 채굴 금 약 216,000~220,000톤, 부피 환산 시 한 변 약 22m 정육면체 | World Gold Council, "How much gold has been mined?" (https://www.gold.org/goldhub/data/how-much-gold) | 2024
  • 올림픽 수영장(약 2,500㎥) 환산 시 서너 개 분량 — 규격·추정치에 따라 개수 변동 | 상동 부피 기준 계산 | —
  • 금의 낮은 연간 증가율 vs 화폐량 급증 | 본서 2-1·우리 DB 파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