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래 로고

로그인 / 회원가입

로그인하고 시작하기

둘러보기

제4장: 금과 은, 자산의 방패와 창

3-1 · 금은 방패다

조회 658

금에 환상을 갖지 마라

나는 금을 파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 글에서는 금에 대한 환상을 깨려 한다. 환상을 품은 채 금을 사는 사람은 반드시 잘못된 순간에 금을 던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환상. "금은 항상 오른다." 틀렸다. 우리 데이터가 증언한다. 1980년 1월 850달러였던 금은 2000년 281달러까지 떨어졌다. 20년간 3분의 2가 날아갔다. 더 가까운 예도 있다. 2011년 9월 1,821달러였던 금은 2015년 말 1,065달러로, 4년 만에 40퍼센트 넘게 빠졌다. 금은 늘 오르는 자산이 아니다. 길게 보면 화폐 부식을 이기지만, 그 안에는 수년씩 이어지는 하락 구간이 박혀 있다.

구간시작변화
1980→2000$850.00$281.50약 −67%
2011→2015$1,821.00$1,065.40약 −41%

두 번째 환상. "위기가 오면 금은 즉시 급등한다." 절반만 맞다. 위기 초기에 금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사람들은 손실 난 다른 자산의 빚을 갚기 위해 가장 멀쩡한 금부터 팔아 현금을 만든다. 우리 데이터가 이것을 보여 준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던 주, 금은 1주일 만에 100달러 넘게 빠졌다. 시장 전체가 공황 상태일 때 금도 함께 팔렸다. 금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은 패닉이 지나고 화폐가 풀리기 시작한 다음이다. 즉시 구원을 기대하면 위기 초기의 하락을 못 견디고 팔게 된다. 금은 첫 번째 소방차가 아니라 화재 진압 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세 번째 환상. "금으로 단기에 크게 번다." 앞 글에서 봤듯 금의 장기 수익률은 연 8퍼센트 안팎이다. 이것은 꾸준함의 숫자이지 대박의 숫자가 아니다. 금에서 단기 대박을 노리는 순간 당신은 방패를 들고 도박판에 앉은 것이다. 실제로 금 파생 상품과 레버리지 ETF를 통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수료와 타이밍 오판 속에서 원금을 잠식한다. 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금을 잘못 쓰는 문제다.

네 번째 환상. "금도 이자나 배당을 준다." 주지 않는다. 금은 들고 있는 동안 한 푼도 벌어 주지 않고, 오히려 보관 비용과 매매 스프레드라는 비용만 발생시킨다. 실물 금을 금고에 보관하면 금고 임대비나 관리 비용이 든다. ETF는 연간 0.2~0.5퍼센트 수준의 운용 보수가 붙는다. 금의 값어치는 현금흐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녹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에서 나온다. 그 비용을 감내하고도 들고 갈 의지가 있을 때만 금에 자리를 줘라.

다섯 번째 환상. "금의 시세는 공정하게 결정된다." 금값은 LBMA(런던귀금속시장협회)의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그 시장에는 대형 은행과 기관이 참여하는 복잡한 구조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여러 차례 귀금속 가격 조작 혐의로 은행들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시장이 완전히 투명하다는 믿음은 순진함이다. 그렇다고 금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시장 가격이 항상 공정하다'는 가정 위에서 단기 시세를 쫓는 행동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 환상들이 위험한 이유는 사람을 정확히 거꾸로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항상 오른다"고 믿은 사람은 하락 구간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바닥에서 던진다. 실제로 개미들이 금을 가장 많이 던지는 시점은 늘 하락의 막바지, 즉 바닥 부근이다. 환상이 클수록 실망이 크고, 실망이 클수록 잘못된 손절이 빨라진다. 금에서 지는 사람의 대부분은 금이 나빠서가 아니라 환상이 나빠서 진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기대를 재설정하라고 말한다. 금에 "얼마나 오를까"를 기대하지 말고 "녹지 않는다"를 기대하라. 오르는 해도 있고 빠지는 해도 있지만, 10년이라는 자로 보면 금은 화폐가 녹는 만큼 당신의 구매력을 떠받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하락 구간을 견디고 8퍼센트를 가져간다.

여기까지가 금이라는 자산의 정체다. 다음 절부터는 금의 동생이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금속, 은으로 넘어간다.


출처

  • 금 1980-01 $850 → 2000-01 $281.50 (약 −67%) | 우리 DB metal_usd_daily | 1980-01-21 / 2000-01-04
  • 금 2011-09 $1,821 → 2015-12 $1,065.40 (약 −41%) | 우리 DB metal_usd_daily | 2011-09-01 / 2015-12-01
  • 금의 무이자·무배당(보관비·스프레드 비용) | 자산 일반 | —
  • LBMA 귀금속 벤치마크 | LBMA 공식 자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