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금과 은, 자산의 방패와 창
3-4 · 100배 수익의 역설 — 왜 99%는 이것을 먹지 못하는가
조회 821
진입 시점의 공포
금을 사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가장 먼저 가로막는 것은 가격이다. 정확히는 "지금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거의 모든 사람을 멈춰 세우고, 거의 모든 경우에 틀렸다.
내 가게에 20년간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들이 멈춰 선 가격을 나는 기억한다. 2008년, 금이 846달러일 때 사람들은 "사상 최고가라 무섭다"며 돌아섰다. 2011년, 1,821달러일 때 "이건 분명한 고점"이라며 기다렸다. 2020년, 1,958달러일 때 "비정상적인 가격"이라며 지켜보기만 했다. 오늘 금은 4,328달러다. 그때 비싸서 못 산 사람들이 지나고 보니 모두 헐값을 놓친 것이다. 그들이 무서워한 모든 가격이, 지금 보면 전부 바닥이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더 실감 난다. 2008년 846달러는 당시 환율 기준 약 그램당 3만 원 안팎이었다. 오늘 한국 시장에서 금 1그램은 15만 원을 훌쩍 넘는다. "비싸서 못 샀다"던 그 가격이 지금의 5분의 1도 안 된다.
| 그때 "너무 비싸다"던 가격 | 시세 | 오늘 기준 |
|---|---|---|
| 2008년 1월 | $846.75 | 약 1/5 값 |
| 2011년 9월 | $1,821.00 | 약 2/5 값 |
| 2020년 8월 | $1,958.55 | 약 4/9 값 |
| 2026년 6월 | $4,328.87 | 오늘 |
왜 이런 착각이 반복되는가. 사람의 뇌는 가장 최근에 본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어제 4,000달러였던 금이 오늘 4,300달러면 "올랐으니 비싸다"고 느낀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앵커링(anchoring) 효과라 부른다. 처음 접한 숫자가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금 가격이 1,000달러를 넘어섰을 때 "비싸다"고 느낀 사람은 그 1,000달러가 기준점으로 굳었다. 그 기준점은 이후 2,000달러에서도, 3,000달러에서도 "비싸다"는 느낌을 계속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기준점은 거짓이다. 화폐가 계속 녹는 한, 금의 명목 가격은 계속 새 고점을 만든다. 최근 가격을 기준으로 비싸다 싸다를 따지는 것은, 짧아지는 자로 길이를 재면서 매번 놀라는 것과 같다. 기준 자체가 움직이는데 그 기준으로 판단하니 영원히 비싸 보인다.
진입의 공포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그것이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환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장 쌀 때 한 번에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장 쌀 때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미래의 바닥을 오늘 맞히려는 시도는 백전백패다. 전문 트레이더들도 바닥을 일관성 있게 맞히지 못한다. 일반 투자자가 완벽한 진입점을 찾겠다고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라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낭비된다. 방어 자산은 싸게 사는 게임이 아니라 오래 보유하는 게임이다. 1년 더 일찍 들어왔느냐보다 10년을 깔고 앉았느냐가 수익을 결정한다.
그래서 나의 답은 단순하다. 타이밍을 버리고 시간을 택하라. 가격이 무서우면 한 번에 사지 말고 나눠 사라. 이번 달에 조금, 다음 달에 조금. 그러면 비싼 날도 싼 날도 평균에 섞인다. 완벽한 진입점을 기다리다 영원히 못 들어가는 것보다, 불완전하게라도 시작해 시간을 버는 편이 언제나 낫다. 분할 매수의 구체적인 방법은 뒤에서 따로 다루겠다.
진입의 공포를 넘었다면,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보유하는 동안의 의심이다. 그 의심을 다음 글에서 다룬다.
출처
- 금 2008-01 $846.75 / 2011-09 $1,821 / 2020-08 $1,958.55 / 2026-06 $4,328.87 | 우리 DB
metal_usd_daily| 각 날짜 - 앵커링(최근 가격 기준점화) | 행동경제학 일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