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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왜 금마저 디지털로 사려 하는가

5-2 · 그럴 거면 차라리 비트코인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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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의 어정쩡함

앞 절에서 비트코인의 논리적 일관성을 인정했다. 이제 그 반대편을 정직하게 보아야 한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부를 때, 그 말은 결정적인 지점에서 어긋난다. 금이 가진 가장 중요한 성질 하나를, 비트코인은 끝내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성질은 5장에서 이미 보았다. 금은 어떤 시스템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전기가 끊겨도, 통신망이 마비되어도, 인터넷이 사라져도, 한 덩이의 금은 여전히 금이다. 그 가치는 물리적 실체 그 자체에서 나온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정반대다. 비트코인은 오직 전 세계의 전기와 통신망과 컴퓨터 네트워크가 살아 있을 때만 존재한다. 그 네트워크가 멈추면, 비트코인에 접근할 길도, 그것을 주고받을 길도 사라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술적 특성이 아니라 자산의 본질적 차이다. 금 1킬로그램은 로마 시대에도, 르네상스 시대에도,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도 금이었다. 어떤 국가도, 어떤 기술 체계도, 어떤 이념도 그것의 물리적 실재를 소멸시키지 못했다. 금의 가치는 인류의 합의에 기대되, 그 합의는 5,000년에 걸쳐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 비트코인의 신뢰는 또 다른 종류의 합의—디지털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위에 서 있으며, 그 합의가 유지된 역사는 이제 15년 남짓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의 역설이 있다. 그것은 누구의 약속에도 기대지 않으려고 만들어졌지만, 정작 거대한 인프라라는 약속에는 절대적으로 기댄다. 국가나 은행이라는 기관에서는 독립했으나, 전력망과 통신망이라는 시스템에서는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위기가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종류의 것일 때—대규모 정전, 통신 마비, 인프라 붕괴—비트코인은 금이 가장 빛나는 바로 그 상황에서 가장 취약해진다. 방패가 필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방패인 셈이다.

비트코인이 '위기의 자산'으로서 갖는 또 다른 취약성은 진입 장벽과 키 관리의 문제다. 금은 받아서 주머니에 넣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비트코인은 개인 키(private key)를 잃으면 영원히 접근할 수 없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추산에 따르면 전체 발행량의 상당 부분이 이미 키 분실로 영구히 접근 불가 상태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산을 지킨다는 목적에서, '물리적으로 잃어버릴 수 있는 실물'과 '디지털 키를 잃으면 사라지는 자산'은 전혀 다른 종류의 리스크를 품고 있다.

또 하나의 어정쩡함은 역사의 무게다. 금은 수천 년간 모든 문명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온 자산이다. 그 신뢰는 어떤 마케팅이 아니라 인류의 긴 경험에서 쌓였다. 비트코인의 역사는 이제 십수 년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가격은 극단적으로 출렁였다. 한 해에 몇 배가 되었다가 다음 해에 반 토막이 나는 변동성은, '위기에 대비하는 안정된 방패'라는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당시 금은 소폭 하락 후 빠르게 회복하며 안전자산 역할을 했지만, 비트코인은 단기간에 50% 이상 급락하며 위험자산처럼 움직였다. 위기 시 두 자산의 행동이 엇갈린다는 점은 역사적 관찰로 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어떤 가치 저장 기능을 갖는지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크게 갈리는 문제이므로, 여기서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규제 리스크도 빠뜨릴 수 없다. 금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일부 국가가 몰수하거나 거래를 제한한 사례가 있었지만, 금 자체의 법적 지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체계에서 확고하다. 비트코인은 국가마다 법적 지위가 다르고, 일부 국가는 이를 전면 금지하거나 강력히 제한한다. 법적 환경이 바뀌면 보유·거래·환전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리스크는 금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불확실성이다.

오해는 막아 두자. 이것은 비트코인이 가치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자산이고, 나름의 쓸모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그것을 '금과 같은 것'으로 여겨 위기 대비의 방패 자리에 그대로 앉히는 것은 위험하다. 닮은 점이 있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르게 행동하는 자산을 같다고 부를 수는 없다. 다음 절에서는 이 논의를 매듭짓는 원칙—각 자산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을 보겠다.


출처

  • 비트코인의 전력·통신·네트워크 절대 의존(시스템 위기 시 취약) vs 금의 무시스템 독립성 | 본서 4-3장·기술 일반
  •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시 금(안전자산)·비트코인(위험자산) 반응 분기 | 시장 데이터 일반
  • 개인 키 분실에 따른 비트코인 영구 접근 불가 리스크 | 블록체인 분석 업계 일반
  • 금의 장기 신뢰 축적 vs 비트코인의 짧은 역사·고변동성 | 일반 사실·본서 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