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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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길과 소수의 길
세 번째 작별의 말은 선택에 관한 것이다. 자산의 세계에는 늘 두 갈래 길이 있다. 다수가 가는 길과 소수가 가는 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소수의 길을 이야기해 왔다.
다수의 길은 편안하다. 모두가 가니 의심할 필요가 없고, 함께 가니 외롭지 않다. 자산을 전부 디지털 숫자로 두는 것, 화폐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것, 위기는 남의 일이라 여기는 것—이것이 다수의 길이다. 평온한 시절에 이 길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 유난스러워 보인다. "왜 굳이 금을 들고 있어?"라는 물음이 다수의 길에서 던져진다.
이 의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금융 자산, 특히 주식과 부동산은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금을 들고 있는 것은 기회비용이었다. 주식이 10년 만에 세 배가 되는 동안, 금이 횡보하는 구간도 있었다. 다수의 길에서 금을 들고 있는 사람은 진짜로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니다. 다수의 길이 잘 통하는 시절에는 실제로 다수가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길에는 함정이 있다. 모두가 같은 곳에 있다는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가 같은 출구로 몰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거듭 보았다. 위기의 순간 모두가 진짜 금을 원할 때, 종이 약속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다수가 안전하다 믿던 그 길이, 정작 위기에는 가장 붐비고 가장 위험한 길이 된다. 편안함의 대가는 위기의 순간에 청구된다.
역사가 이것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한국에서는 자산을 금융기관에 예치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원화 가치 절반을 잃었다. 달러가 1달러당 800원대에서 2,000원대로 치솟았다. 그 와중에 실물 금을 가진 사람들은 달러 기준으로는 자산이 유지됐고, 원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물론 모두가 실물 금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당시 다수는 금융 자산에 집중돼 있었고, 그것이 정상적인 선택이었다. 비정상은 위기가 왔을 때 드러났다.
소수의 길은 불편하다. 외롭고, 때로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금을 일부 들고 있는 동안, 다른 자산이 더 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주변의 의아한 시선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의 길을 가는 사람은 다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편안함과 안전함이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가는 길이 반드시 옳은 길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평온할 때 조금 불편한 대신, 위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소수의 길을 가는 것이 고독하게 느껴질 때, 역사적 선례를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 금 본위제 아래서 금을 보유한 사람들은 화폐 가치가 폭락하는 동안 구매력을 지켰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금을 가진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의 공격에서 자산을 방어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을 꾸준히 보유한 사람들은 2020년까지 온스당 두 배에 달하는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천재였던 것은 아니다. 다수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외로움을 버텼을 뿐이다.
오해는 막아 두자. 소수의 길이 다수를 비웃는 길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게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핵심은 군중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다수가 옳을 때는 다수와 함께 가되, 다수가 보지 못하는 위험이 있을 때는 홀로라도 대비하는 것. 그 독립적인 판단이 소수의 길의 본질이다.
이 책이 처음부터 말해 온 투트랙—흐름은 즐기되 구명조끼를 잊지 말라는 한 문장—이 바로 그 판단의 다른 이름이다. 흐름에 올라타는 용기와 구명조끼를 챙기는 신중함, 그 둘을 한 몸에 지니는 것이 소수의 길을 걷는 사람의 자세다. 흐름에 완전히 올라타면서도 언제든 끌어낼 수 있는 구명조끼를 갖춘 사람. 좋은 시절에는 다수와 함께 과실을 따고, 위기에는 혼자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소수의 길의 완성이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미 소수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다. 그러니 세 번째 작별 인사는 격려다. 외롭더라도 그 길을 의심하지 말라. 위기의 순간, 그 길 위에 서 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출처
- 다수(군중)의 길의 위기 시 집중 위험 vs 소수의 독립적 대비 | 본서 6-3-3·5-1-1·저자 관점 | —
- 편안함과 안전함의 구분, 독립적 판단의 중요성 | 본서 b-3-2·7장 | —
-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원달러 환율 급등(800원대→2000원대) | 공개 역사 사실 | —
- 2008년 이후 금 보유자 사례 | 본서 b-5-2·b-5-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