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종이를 모으는 자는 가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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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측정 단위를 바꿔라
지금까지 나는 당신이 쓰는 자가 짧아진다고, 그 자가 1971년에 끊겼다고, 그리고 5,000년간 끊기지 않은 자는 금이라고 말했다. 이제 실천이다. 당신의 자를 바꿔야 한다.
방법은 단순하다. 당신의 순자산을 원이나 달러가 아니라 금의 무게로 적는 것이다. 집, 예금, 주식, 퇴직금을 모두 합친 다음, 그날의 금시세로 나눈다. 그러면 "내 재산은 8억 원"이 아니라 "내 재산은 금 몇 그램"이 된다. 이 한 번의 나눗셈이 당신이 평생 보지 못한 진실을 드러낸다.
왜 그런가. 원으로 적은 숫자는 자가 줄어드는 만큼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부풀려진 숫자는 당신을 안심시키지만, 동시에 속인다. 금으로 적은 숫자는 부풀려지지 않는다. 금은 줄어들지 않는 자이기 때문이다. 같은 자산이라도 원으로 재면 매년 우상향하는데 금으로 재면 제자리이거나 뒷걸음치는 경우가 흔하다. 둘 중 진실은 후자다. 앞의 우상향은 당신이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자가 짧아진 착시다.
숫자로 보자. 1971년에 1만 달러를 쥔 사람은 금 236온스를 살 수 있었다. 같은 1만 달러로 오늘 살 수 있는 금은 2.31온스다. 달러로 적힌 1만은 55년간 한 자도 줄지 않았다. 그런데 금으로 적으면 236에서 2.31로, 약 100분의 1이 됐다. 어느 쪽이 당신의 실제 구매력인가. 마트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자녀 등록금 앞에서 당신이 체감하는 것은 2.31 쪽이다.
| 측정 단위 | 1971년 | 2026년 | 변화 |
|---|---|---|---|
| 달러(명목) | $10,000 | $10,000 | 그대로 |
| 금(실물) | 236 oz | 2.31 oz | 약 1/100 |
이 나눗셈을 한국의 사례로 해 보면 더 극명해진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국민들은 장롱에서 금붙이를 꺼내 헌납하는 운동을 벌였다. 당시 금 1그램에 약 8,000원이었다. 2026년 현재 금 1그램은 약 18만 원을 넘어선다. 20배 넘는 원화 가치로 치환되는 것이다. 1998년에 금 100그램을 들고 있던 사람은 80만 원어치의 자산을 가졌다. 그 금이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면 1,800만 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한때 20%를 넘었지만, 수십 년 복리로 쌓인 이자가 이 차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 시점 | 금 1g (원화) | 국제 금가격 | 원/달러 환율 | 비고 |
|---|---|---|---|---|
| 1990년 | 약 8,800원 | $383/oz | 716원 | |
| 1997년 12월 | 약 15,800원 | $290/oz | 1,700원 | 외환위기 정점 |
| 1998년 (연평균) | 약 11,400원 | $294/oz | 1,204원 | 금 모으기 운동 |
| 2026년 6월 | 210,000원 | $4,300/oz | 1,520원 | 현재 |
| 배수 | 약24배 | 약11배 | 약2배 |
그래서 나는 고객에게 연말 의식 하나를 권한다. 매년 12월 31일, 순자산을 그날 금 1그램 값으로 나눠 수첩에 적어라. 올해 내 자산은 금 몇 그램인가. 이 숫자가 작년보다 늘었다면 당신은 진짜 부유해진 것이다. 원으로 늘었는데 금으로 줄었다면, 당신은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자에 속은 것이다. 이 한 줄의 기록이 다른 어떤 재테크 강의보다 당신을 정직하게 만든다.
이 습관이 만드는 변화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한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 그는 매년 연봉 인상률을 자랑스러워했다. 5년간 연봉은 22%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순자산을 금 그램으로 환산하니 12% 줄어 있었다. 그는 처음에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다시 확인했다. 틀리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연봉 협상보다 자산 구성을 먼저 따지기 시작했다. 금 그램 수가 늘어나는 해만이 진짜 전진이라는 기준이 생겼다.
자를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 금이라는 자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왜 부자들이 위기 때마다 조용히 실물을 사 모으는지, 왜 중앙은행들이 금고를 채우는지가 보인다. 그들은 모두 같은 자를 쓴다. 줄어들지 않는 자다. 대다수는 줄어드는 자를 들고 늘어난 숫자에 안심하다가, 정작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 줄도 모른 채 늙는다.
이것으로 들어가는 말을 마친다. 당신이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사람인지, 지금 덮어야 할 사람인지는 다음 글에서 가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