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언제나 준비된 대응자
pr-1 · 원론을 지키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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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을 지키는 힘 — 분산과 원칙
투자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능력은 새로운 것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아는 것을 지키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늘 비법을 찾아다닌다. 다음 급등 종목, 숨은 정보, 천재적 타이밍. 그러나 거래소에서 20년을 보내며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을 추려 보면, 그들은 비법을 가진 자가 아니었다. 누구나 아는 원론을 끝까지 지킨 자였다.
원론은 두 단어로 줄어든다. 분산과 원칙이다.
분산: 무지를 다루는 유일하게 정직한 기술
분산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지루한 조언이다. 한곳에 다 걸지 마라. 너무 당연해서 사람들이 오히려 무시한다. 그러나 분산은 무지를 다루는 유일하게 정직한 기술이다.
우리는 어떤 자산이 이길지 미리 모른다. 슈퍼사이클이 진짜인지도 10년 뒤에야 안다. 모르기 때문에 나눈다. 금이 자산의 전부인 사람은 금에 대한 확신이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진짜 겸손한 투자자는 가장 확신하는 자산조차 일부만 담는다.
역사적으로 단일 자산 집중은 반복해서 실패를 낳았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기술주에만 투자한 사람은 나스닥의 -78퍼센트 하락을 고스란히 맞았다. 2008년 부동산에만 투자한 미국 가계는 자산이 반토막 나도 팔 수가 없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금을 일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충격을 분산했다. 2000~2011년 금은 달러 기준으로 약 7배 올랐다.
분산의 핵심은 자산 간 상관관계다.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리는 자산을 나누는 것은 분산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함께 담아야 분산이 된다. 금은 주식, 채권, 부동산과 장기적으로 상관관계가 낮거나 역상관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자산 간 상관관계는 기간·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단기 위기 시에는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금이 포트폴리오 안에서 분산 기능을 하는 이유다.
분산의 실행은 단순하다. 주식, 채권, 실물(금·은), 현금성 자산을 각각 일정 비중으로 나눈다. 어느 한 자산이 무너져도 전체가 치명상을 입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비중의 정확한 숫자보다 이 구조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 시장이 미쳐 돌 때 작동하는 것
원칙은 분산을 시간 위에서 지키는 힘이다. 분할 매수한다, 시세를 매일 보지 않는다, 빚지지 않는다, 바닥에서 팔지 않는다, 비중이 무너지면 되돌린다. 이 원칙들은 시장이 평온할 때는 쉬워 보인다.
진짜 시험은 시장이 미쳐 돌 때 온다. 2020년 3월, 모든 자산이 동반 급락할 때 손을 떨지 않는 것. 2021년 비트코인과 성장주가 폭등할 때 금이 지루해 보여도 비중을 지키는 것. 2022년 금리 급등기에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하락할 때 원칙대로 리밸런싱하는 것.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은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공포. 다른 하나는 탐욕. 공포일 때 원칙은 "팔지 말라"고 말한다. 탐욕일 때 원칙은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이 두 목소리를 듣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모두가 사들일 때 속도를 늦추고, 모두가 도망칠 때 손을 떨지 않는 것. 원칙은 그때 발휘되라고 평소에 새겨 두는 것이다.
왜 화려한 방법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
분산과 원칙은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우습게 안다. 더 똑똑한 방법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이 그들을 무너뜨린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는 매일 쏟아진다. 인플루언서의 종목 추천, 유튜브의 분석, 카카오톡 단체방의 정보. 이 모든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보가 많다고 결과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보가 많을수록 행동이 많아지고, 행동이 많을수록 실수가 늘어난다.
시장은 똑똑한 자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자에게 보상한다. 분산과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 자의 도구다. 다음 글에서 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어떻게 실제 수익으로 바뀌는지를 짚겠다.
출처
- 분산·원칙 준수의 장기 효과 | 본서 전반의 일관 철학 | —
- 2000~2011 금값 달러 기준 약 7배 상승 | WGC·LBMA 데이터 | —
- 2000 닷컴 버블 나스닥 -78% | 역사 사실(나스닥 지수 공표 데이터) | —
- 자산 간 상관관계와 금의 분산 효과 | WGC 포트폴리오 연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