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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언제나 준비된 대응자

pr-1 · 원론을 지키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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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수익을 만든다

원칙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원칙이 실제로 돈을 번다는 것을, 차가운 숫자의 이유로 말하려 한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착한 태도가 아니라 가장 수익률 높은 기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의 수익률을 가장 크게 깎아먹는 것은 잘못된 종목 선택이 아니라 잘못된 타이밍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쌀 때 흥분해서 사고, 쌀 때 겁먹어서 판다. 좋은 자산을 골라 놓고도 이 두 행동으로 수익을 스스로 반납한다. 본서 4장에서 본 '100배 수익의 역설'이 바로 이것이다. 자산은 올랐는데 그 자산을 가진 사람은 못 벌었다.

원칙은 정확히 이 자기 파괴를 막는 장치다. '분할 매수'는 비쌀 때 흥분해서 몰빵하는 것을 막는다. '바닥에서 팔지 않는다'는 원칙은 쌀 때 겁먹어 던지는 것을 막는다. '시세를 매일 보지 않는다'는 원칙은 매일의 감정 변동이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다. 원칙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하나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감정이 손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감정적 행동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구체적으로 보자. 미국의 펀드조사기관 달바(DALBAR)는 수십 년 동안 개인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을 시장 수익률과 비교했다. 결론은 매번 같았다.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펀드의 장기 수익률보다 훨씬 낮은 수익을 손에 쥐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를 때 뛰어들고 내릴 때 나왔기 때문이다. 자산을 고르는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행동의 타이밍 문제다. 이 격차를 시장 참여자들은 '행동 격차(behavior gap)'라고 부른다.

금 투자자도 이 함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1년 금이 온스당 1,89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던 시절, 금 펀드와 금 ETF로 돈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 직후 금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자, 똑같은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금이라는 자산 자체는 장기적으로 구매력을 지켰지만, 그 사이클에서 금에 투자한 수많은 사람은 손해를 보았다. 잘못된 자산을 선택해서가 아니다. 잘못된 시점에 감정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원칙이 없으면, 좋은 자산도 당신을 지켜 주지 못한다.

감정의 행동원칙의 방어지켜지는 것
고점 흥분 매수분할 매수평균 단가
바닥 공포 매도바닥에서 안 판다장기 수익
매일의 동요시세 안 본다보유의 지속

그렇다면 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은 미리 정해야 한다. 시장이 요동치는 한복판에서 원칙을 만들려 하면 이미 늦다. 감정이 이미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원칙은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시간에, 냉정하게 문서로 적어 두어야 한다. "나는 매달 얼마씩 산다. 금값이 몇 퍼센트 이상 빠지면 조금 더 산다. 어떤 경우에도 생활비와 비상금은 건드리지 않는다. 산 것은 10년 이상 팔지 않는다." 이 정도의 투자 정책서(Investment Policy Statement)를 스스로 작성하고 지키는 것이, 화려한 분석 기술보다 장기 수익률에 훨씬 큰 영향을 준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인간의 뇌는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도록 설계돼 있다. 시장이 무너질 때 '가만히 있어라'는 원칙을 따르는 것은 타는 집에서 걸어나오는 것만큼이나 본능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성공한 장기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자동화를 말한다. 매달 자동이체로 금을 사도록 설정해 두고, 시세 앱을 삭제하며, 계좌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원칙을 의지력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 어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이것이 고수들이 말하는 '시스템으로 투자하기'의 본질이다.

원칙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위기다. 2008년 리먼 사태와 2020년 코로나 패닉 때, 원칙을 가진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 중 일부는 오히려 하락을 기회 삼아 매수를 늘렸다. 원칙이 없던 사람들은 공포에 팔고, 반등을 놓치고, 이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시장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칙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대한다.

그래서 수익은 똑똑함이 아니라 일관성에서 나온다. 평범한 자산을 원칙으로 끝까지 쥔 사람이, 뛰어난 자산을 감정으로 굴린 사람을 이긴다. 시장의 장기 수익은 가만히 있는 자에게 흘러가도록 설계돼 있다. 가만히 있는 것, 이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이며 원칙은 그 기술을 제도화한 것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한다. 원칙은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다.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하다. 이론적으로 정교한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위기에 어기면 무의미하다. 반면 단순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는 원칙은 장기적으로 복리의 힘을 온전히 가져다준다. 완벽함을 추구하다 아무것도 못 지키는 것보다, 단순한 원칙 하나를 10년 동안 지키는 것이 낫다.

준비된 대응자는 이 진실을 안다. 그는 더 영리해지려 애쓰지 않는다. 더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다. 다음 글에서, 그가 어떤 미래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포지션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정리한다.


출처

  • 행동 격차(behavior gap) 개념 | 본서 4장 '100배 수익의 역설'과 일관 | —
  • DALBAR 개인 투자자 행동 격차 연구 | DALBAR 연례 보고서(일반 원칙 인용) | —
  • 2011년 금 고점 $1,895(사상 최고가 당시 자금 유입 후 하락) | 우리 DB metal_usd_dail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