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언제나 준비된 대응자
pr-2 · 가능성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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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래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포지션
미래를 맞히려는 사람과 미래에 대비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 맞히려는 사람은 하나의 시나리오에 모든 것을 건다. 그가 맞으면 크게 벌고, 틀리면 전부 잃는다. 대비하는 사람은 여러 시나리오 어느 쪽이 와도 살아남도록 자산을 배치한다. 그는 크게 벌지는 못해도 결코 전부를 잃지 않는다. 준비된 대응자는 후자의 길을 택한다.
이 차이는 결과의 크기가 아니라 게임의 성격에서 온다. 맞히기 게임은 정보 우위를 확보하거나 운이 따라야 이긴다. 그러나 대비하기 게임은 구조 설계의 게임이다. 어느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도 치명타를 맞지 않도록 포지션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는 정보 우위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시나리오 분석과 그것을 실행할 규율뿐이다.
미래의 경우의 수를 거칠게 셋으로 나눠 보자. 첫째, 슈퍼사이클이 계속돼 금이 강세를 잇는 경우. 둘째, 깊은 되돌림이 와서 금이 한동안 빠지거나 횡보하는 경우. 셋째,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 셋 중 하나만 상상하고 거기에 베팅한다. 준비된 대응자는 셋을 한 포지션 안에 동시에 담는다.
어떻게 가능한가. 흐름의 트랙(실물 금·은 장기 보유)은 첫째와 셋째 경우에 강하다. 강세장에서는 과실을 따고, 구조적 위기에서는 카운터파티 없는 실물이 구매력을 지킨다. 구명조끼의 트랙(현금성·분산 자산)은 둘째 경우에 강하다. 되돌림이 와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싸진 금을 더 담을 실탄이 된다. 두 트랙을 같이 깔았기에,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도 한쪽 트랙이 받쳐 준다.
두 트랙의 비율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이것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원칙은 명확하다. 흐름의 트랙에 넣는 자금은 잃어도 10년 동안 쓸 일이 없는 자금이어야 한다. 구명조끼의 트랙에 넣는 자금은 최소 6개월치 생활비를 포함한, 위기 시에도 삶의 기반을 흔들지 않는 자금이어야 한다. 두 트랙의 비율은 개인의 소득 안정성, 부채 수준,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부채가 있는 사람일수록 구명조끼의 비중을 더 키워야 한다. 원칙은 하나다. 흐름의 트랙이 망해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미래 시나리오 | 흐름의 트랙 | 구명조끼의 트랙 |
|---|---|---|
| 슈퍼사이클 지속 | 과실 획득 | 안정 유지 |
| 깊은 되돌림·횡보 | 버티기 | 생존+재매수 실탄 |
| 구조적 통화 위기 | 구매력 방어 | 유동성 확보 |
실물 금을 흐름의 트랙에 넣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짚자. 실물 금은 카운터파티(상대방)가 없다. ETF나 금 계좌는 발행 주체가 존재하고, 그 주체가 파산하거나 접근을 차단하면 당신의 권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손에 쥔 실물 금은 세상 어떤 기관의 결정과도 무관하게 당신의 것이다. 구조적 위기 시나리오에서 바로 이 차이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흐름의 트랙을 실물로 채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명조끼의 트랙은 단순히 현금을 뜻하지 않는다. 현금은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 구명조끼의 트랙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갖춘 자산의 조합이다. 단기 국채, 예금, 현금성 자산이 주를 이루되, 개인 상황에 따라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일부가 포함될 수 있다. 핵심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고, 금이 빠질 때도 가치를 크게 잃지 않는 자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포지션의 미덕은 '최고의 수익'이 아니라 '탈락하지 않음'이다. 한 시나리오에 다 건 사람은 운이 좋으면 이기지만, 한 번의 오판으로 시장에서 영구 퇴출된다. 어떤 미래에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퇴출되지 않으므로, 길고 긴 시간 동안 복리의 혜택을 누린다. 투자는 한 판의 승부가 아니라 평생의 게임이다. 평생의 게임에서는 안 지는 자가 결국 이긴다.
과거의 데이터를 현재에 대입해 이 포지션의 성과를 단정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 위기의 깊이와 타이밍은 아무도 모른다. 이 포지션이 보장하는 것은 수익이 아니라 생존이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만이 다음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이 포지션을 실제로 점검할 수 있게, 다음 글에서 준비된 자의 체크리스트로 이 책의 본문을 닫겠다.
출처
- 세 시나리오 구분 | 본서 보너스 챕터(시나리오 A·B)와 일관 | —
- 실물 금의 카운터파티 리스크 부재 | 본서 6장 실물 vs 종이자산 비교 | —
- 구명조끼(헤지) 개념 | 본서 전체 관통 원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