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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금 슈퍼사이클의 두 얼굴 — 이면과 본질

sc-1 · 슈퍼사이클의 정의와 본질

조회 498

지금을 슈퍼사이클로 보는 근거

근거 없이 슈퍼사이클을 말하면 그것은 선동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흐름을 슈퍼사이클로 볼 수 있는 근거를 먼저 펼쳐 놓겠다. 단, 근거를 인정하는 것과 결과를 확신하는 것은 다르다. 이 둘을 끝까지 구분하라.

첫째, 중앙은행의 매집이다. 세계금협회(WGC) 집계로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매년 1,000톤이 넘는 금을 사들이고 있다. 2022년에만 1,136톤으로 55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이것은 개인의 투기와 성질이 다르다. 국가가 외환보유고의 구성을 바꾸는 결정은 분기 단위로 뒤집히지 않는다. 중국, 인도, 터키,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공개 통계 기준으로만도 수십 톤씩 매달 사들이는 중이다. 구조적 수요의 가장 단단한 바닥이다.

둘째, 탈달러화의 흐름이다. 달러 무기화에 대한 경계로 신흥국이 결제·보유 자산을 다변화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 SWIFT 배제 이후 이 흐름은 가속됐다. "달러를 가져도 미국이 동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 많은 국가가 달러 외 자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 대안의 한 축이 금이다. 이는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하므로 가격에 둔감하다. 비싸도 산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이 위험 프리미엄을 지불해서라도 금을 쌓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산업 수요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태양광은 금과 은을 실제로 소비한다. 반도체 본딩 와이어와 커넥터에 금이 쓰이고, 태양광 패널의 전도 페이스트에 은이 쓰인다. 이 수요는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는 한 구조적으로 늘어난다. Silver Institute는 은의 구조적 공급 부족을 여러 해째 보고하고 있다. 화폐적 수요에 산업적 수요가 겹친다. 두 엔진이 동시에 켜진 상태다.

이 셋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과거의 강세장은 주로 하나의 엔진이 돌았다. 1970년대는 화폐 체제 붕괴라는 엔진 하나였다. 2000년대는 중국 산업화라는 엔진 하나였다. 지금은 국가(중앙은행 매집), 화폐(탈달러), 산업(AI·에너지 전환)이라는 세 엔진이 동시에 금속 수요를 밀어 올린다. 실제로 우리 DB에서 금은 2026년 6월 현재 온스당 4,328달러를 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가격대다.

슈퍼사이클의 구조적 엔진성격가격 민감도
중앙은행 매집(연 1,000톤+)국가의 장기 결정낮음
탈달러·다변화정치적 동기낮음
AI·산업 수요실물 소비중간

넷째, 공급 측 제약이다. 금 광산의 신규 발견이 1990년대 이후 구조적으로 줄었다. 탐사에서 생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기존 광산의 품위(ore grade)도 낮아지는 추세다. 즉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나는데 공급이 빠르게 따라붙기 어렵다. 이 비대칭이 장기 가격 지지의 또 다른 근거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마라. 이 근거들은 지금까지의 흐름을 설명할 뿐, 앞으로의 가격을 약속하지 않는다. 구조적 수요가 강하다는 사실과 "그러니 반드시 더 오른다"는 결론 사이에는 건너서는 안 될 강이 있다. 2011년에도 이와 비슷한 논리들이 넘쳐났다. 그때도 중앙은행 매집, 신흥국 수요, 화폐 불안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리고 금은 그 뒤 4년간 41퍼센트 빠졌다. 다음 글에서 밝은 얼굴의 실체를 더 들여다보고, 그다음 두 글에서 이 강을 함부로 건넌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여주겠다.


출처

  • 중앙은행 연 1,000톤+ 매집(2022~), 2022년 1,136톤 | World Gold Council | 최신 WGC 원문 시점 대조 필요
  • 은 구조적 공급 부족 | Silver Institute | 최신 판본 대조 필요
  • 금 2026-06 $4,328.87 | 우리 DB metal_usd_daily | 2026-06
  • 2022년 러시아 SWIFT 배제 | 공개 보도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