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금 슈퍼사이클의 두 얼굴 — 이면과 본질
sc-2 · 데이터의 한계 — 과거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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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현재에 대입하는 것의 위험
슈퍼사이클을 믿는 사람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과거의 차트를 오늘 위에 포개고는 "그때 이만큼 올랐으니 이번에도"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이 한 문장 안에 투자자를 무너뜨리는 모든 오류가 들어 있다.
가장 잔인한 사례를 보자. 1980년 1월, 금은 온스당 85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그때도 사람들은 슈퍼사이클을 말했다. 화폐 체제가 무너졌으니 금은 영원히 오를 것이라 믿었다. 과거 10년의 폭등 차트가 그 믿음을 떠받쳤다. 1971년 35달러에서 1980년 850달러까지, 차트는 한 방향이었다. 10년 연속 오른 자산을 보면서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은 고점에서 샀다. 그 뒤 무슨 일이 있었나. 우리 DB 기준으로 금은 2000년 1월 28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20년이다. 고점에서 산 사람은 인생의 황금기 20년을 마이너스로 보냈다.
이것이 과거를 현재에 대입하는 일의 진짜 위험이다. 차트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진입 시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금은 장기적으로 올랐다"는 명제는 참이다. 그러나 "그러니 내가 오늘 사면 오른다"는 명제는 전혀 다른 말이다. 50년 평균 수익률 안에는 20년을 기다린 사람의 고통이 평균값으로 숨어 있다.
| 1980년의 교훈 | 시세(USD/oz) | 결과 |
|---|---|---|
| 1980-01 고점 매수 | $850 | 진입 |
| 2000-01 | $281.50 | 약 -67% (20년) |
| 2011-09 회복 | $1,821 | 31년 만에 본전+ |
왜 과거 패턴이 반복된다고 착각하는가. 인간의 뇌는 패턴 인식 기계다. 생존을 위해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고 비슷한 상황에 적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능력은 사자가 어디서 나오는지 기억하는 데는 유용하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서는 독이 된다. 금융 시장의 조건은 반복되지 않는다. 1970년대와 지금은 달러 체제, 금리 환경, 중앙은행 역할, 투자 수단(ETF, 파생상품) 모두가 다르다. 표면의 패턴이 비슷해 보여도 그 아래의 메커니즘이 다르다. 같은 악보를 전혀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다.
"금/은 비율이 역사적 고점이었을 때 금을 팔고 은을 사면 됐다"는 과거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 전략이 통한 것은 그 당시의 특정 유동성 환경과 수요 구조 덕분이다. 지금 같은 비율을 보고 같은 전략을 그대로 쓴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전략을 테스트한 과거 표본이 작을수록 이 오류는 커진다.
오해하지 마라. 나는 지금이 1980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와 지금은 수요 구조가 다르다. 1980년에는 중앙은행이 금을 팔았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역사적 수준으로 사들인다. 이 차이는 의미심장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방법론의 위험이다. "과거가 이랬으니 미래도 이럴 것"이라는 추론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는 이 위험한 추론을 정당화하는 가장 매혹적인 포장지다.
그러니 슈퍼사이클을 믿더라도, 과거 차트를 오늘의 보증서로 쓰지는 마라. 차트는 지나온 길의 기록이지, 앞으로 갈 길의 약속이 아니다. 다음 글에서 왜 우리가 가진 데이터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족한지를 짚겠다.
출처
- 금 1980-01 $850(고점) / 2000-01 $281.50 / 2011-09 $1,821 | 우리 DB
metal_usd_daily| 각 날짜 - 금 1971년 $35 기준점 | 역사적 사실(브레턴우즈 금 태환 고정가) | 19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