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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금 슈퍼사이클의 두 얼굴 — 이면과 본질

sc-2 · 데이터의 한계 — 과거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조회 299

표본 50년 — 데이터가 말하지 못하는 것

통계를 다뤄 본 사람은 안다. 결론의 신뢰도는 표본의 크기에서 나온다. 동전을 세 번 던져 세 번 앞면이 나왔다고 "이 동전은 항상 앞면"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금과 화폐를 두고 내리는 결론의 표본은 놀랄 만큼 작다.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가 사는 순수한 명목화폐 체제, 즉 어떤 실물에도 묶이지 않고 정부의 신용만으로 굴러가는 돈의 역사는 1971년에 시작됐다. 50여 년이다. 인류가 금을 화폐로 쓴 5,000년에 비하면 눈 깜짝할 시간이다. 우리가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 금이 이렇게 움직인다"고 말할 때 근거로 삼는 데이터는 고작 반세기짜리다.

이것이 얼마나 작은 표본인지 비유하면 이렇다. 한 의사가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임상 결과를 보니 두 명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었다. 그 의사가 "이 치료제는 효과적입니다"라고 선언한다면 당신은 믿을 것인가. 금 슈퍼사이클의 사례 수는 두 번이다. 1970년대와 2000년대. 우리는 두 번의 관찰만으로 법칙을 만들고 있다.

이 짧은 표본 안에 금의 대세 상승기는 사실 두 번뿐이다. 통계학자에게 "두 번의 사례로 패턴을 확정하라"고 하면 그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두 번은 우연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장은 이 두 번의 사례를 '법칙'처럼 이야기한다. "슈퍼사이클은 20년 주기로 온다"거나 "중앙은행 매집이 시작되면 3~4년 더 오른다"는 식의 주장들이 그렇다. 두 번의 사례에서 도출된 '주기'는 단순한 패턴 인식의 결과일 뿐,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지 못한다.

게다가 이 50년은 비슷한 조건의 반복이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인터넷도, ETF도, 비트코인도, AI도 없었다.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금을 사들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197080년대 국제통화기금(IMF)과 각국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줄이고 있었다. 19902000년대 미국 주식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금을 '구시대 자산'으로 만들었다. 2008년 이후 각국의 전례 없는 양적완화가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매번 게임의 규칙이 달랐다. 같은 조건에서 50번 실험한 데이터가 아니라, 매번 다른 조건에서 한 번씩 관찰한 기록일 뿐이다.

연대특징적 환경금의 흐름
1970년대브레턴우즈 붕괴, 고인플레이션급등($35→$850)
1980~1990년대달러 강세, 주식 황금기급락 후 횡보
2000년대중국 산업화, 달러 약세재급등($281→$1,821)
2008~2015년양적완화, 이후 긴축급등 후 조정
2020년대탈달러, 중앙은행 매집, AI현재 진행 중

이 사실이 주는 교훈은 패배주의가 아니다. 겸손이다. 우리는 금에 대해 생각보다 적게 안다. "데이터가 보여준다"는 말 앞에서 한 번 멈춰, 그 데이터가 몇 개의 사례 위에 서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표본이 작을수록 확신은 작아야 한다.

그렇다면 데이터를 버려야 하는가. 아니다. 정반대다. 데이터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정직하게, 더 겸손하게 읽어야 한다. 불완전한 지도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그 지도가 100퍼센트 정확하다고 믿지 않아야 한다. 다음 글에서 그 읽는 법을 말하겠다.


출처

  • 명목화폐 체제 출범 | 역사적 사실(브레턴우즈 종료) | 1971-08-15
  • 금의 화폐 사용 약 5,000년 | 역사적 통설 | —
  • IMF·중앙은행 금 매각 추세(1980~2000년대) | IMF 역사 자료, 공개 기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