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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1 · 사상 최고가의 진실

조회 756

자(尺)가 줄어들면 모든 것이 커 보인다

여기 한 가지 착시가 있다. 당신의 자산이 불어났다고 느끼는 그 기쁨의 상당 부분은, 자산이 커진 것이 아니라 자가 줄어든 결과다.

생각해 보자. 길이를 재는 자가 매년 조금씩 짧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년에 100센티미터였던 책상이 올해는 105센티미터로 측정된다. 책상은 그대로인데 숫자만 커진다. 당신은 책상이 자랐다고 착각한다. 화폐가 바로 이 줄어드는 자다. 매년 구매력을 잃는 화폐로 자산을 재면, 자산이 제자리에 있어도 숫자는 부풀어 오른다.

이 착시는 왜 생기는가. 인간의 뇌는 절대 숫자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10억이 11억이 되면 기분이 좋다. 그 11억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었는지를 동시에 계산하지 않는다. 진화 과정에서 구매력을 추적하는 회로는 발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종이에 적힌 숫자가 커지면 부유해졌다고 느낀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이 수천 년간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던 이유다.

금은 이 착시를 걷어 내는 도구다. 1971년 화폐가 금의 사슬에서 풀려난 직후, 국제 금값은 온스당 43달러 부근이었다. 그리고 2026년 현재 금값은 4,328달러를 넘는다. 같은 금 한 덩이가 100배 넘는 숫자로 측정되는 것이다. 금이 100배 귀해진 것이 아니다. 금을 재는 자, 즉 달러가 그만큼 짧아진 것이다.

원화로 같은 계산을 해 보면 한국의 상황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1971년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과 국내 물가 상승을 모두 감안하면, 한국 원화의 구매력 하락은 달러보다 가파른 시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화는 1년 만에 달러 대비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갖고 있었다면 그 충격이 덜했겠지만, 원화 예금만 갖고 있던 사람은 국제적 구매력이 반 토막 났다. 그 시기 금을 들고 있던 사람의 원화 환산 자산은 오히려 두 배 이상 커졌다.

이 관점을 가지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집값이 두 배가 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때, 당신은 묻게 된다. 집이 두 배 좋아진 것인가, 아니면 돈의 가치가 절반이 된 것인가. 월급이 올랐다는 기쁨 앞에서도, 그 인상이 자가 줄어든 폭을 따라잡았는지를 묻게 된다. 2022~2023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었다. 연봉이 3% 올랐다면, 그 사람의 실질 구매력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숫자가 커지는 것과 부유해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착시의 또 다른 형태는 자산 가격 상승이다. 부동산값이 10년간 두 배가 됐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화량이 두 배 늘었을 때 부동산값도 두 배가 됐다면, 그것은 자산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자가 짧아진 것이다. 부동산을 금으로 환산해서 비교하는 방법도 유효하다. 금으로 환산한 집값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면, 그 집은 사실상 제자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를 지키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자를 믿어서는 안 된다. 줄어들지 않는 자가 필요하다. 5,000년 동안 한 번도 줄어든 적 없는 자, 그것이 금이다. 다음 장에서 이 줄어드는 자의 정체, 즉 인플레이션이 진짜로 무엇인지 정면으로 들여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