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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1 · 사상 최고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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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진짜 의미

인플레이션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라고 배웠다면, 그 정의는 절반만 맞다. 그리고 그 절반의 오해가 사람들을 엉뚱한 곳에서 화나게 만든다.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면, 가게 주인이 욕심을 부려 값을 올린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진실은 반대편에 있다.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물건이 비싸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흔해지는 것이다. 세상에 돈의 양이 빠르게 늘어나면, 같은 빵 한 덩이를 두고 더 많은 돈이 경쟁한다. 그래서 빵의 가격표 숫자가 올라간다. 빵이 귀해진 게 아니라 돈이 흔해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문제가 아니라 화폐의 문제다.

이 메커니즘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수량 방정식을 보면 된다. 경제학의 오래된 공식이다.

돈의 양(M) × 유통 속도(V) = 물가(P) × 실물 생산량(Q)

이 등식에서 실물 생산량(Q)이 일정한데 돈의 양(M)이 늘면, 물가(P)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돈을 두 배 찍었는데 물건 생산이 그대로라면, 물가는 결국 두 배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확한 비율로 즉각 반영되지는 않지만, 긴 시간이 지나면 그 방향을 비켜 갈 수 없다.

이 관점은 모든 것을 뒤집는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낼 때마다, 당신이 이미 가진 돈의 가치는 그만큼 희석된다. 누가 당신의 지갑에서 직접 돈을 빼 가지 않아도, 새 돈이 찍히는 순간 당신 돈의 구매력은 조용히 줄어든다. 이것을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1971년 이후 이 세금은 단 한 해도 멈추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약 4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매입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연준의 총자산은 팬데믹 이전 4조 2천억 달러에서 2022년 초 8조 9천억 달러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시중 통화량(M2)은 15조 3천억 달러에서 21조 7천억 달러로, 단 2년 만에 41% 증가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통화 팽창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증가율 18%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2022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에 가까웠고, 한국도 6%에 달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돈이 흔해진 결과가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는 데 2~3년의 시차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돈은 41% 늘었는데 왜 물가는 9%밖에 오르지 않았는가. 나머지 32%포인트는 어디로 갔는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S&P500은 2020~2021년 90% 상승했고, 전국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으며, 비트코인은 수십 배 치솟았다. 공식 물가 지표에 잡히지 않은 유동성은 자산 시장으로 조용히 흘러들어갔다. 당신이 느끼는 체감 인플레이션이 정부 발표 수치보다 훨씬 컸던 이유가 여기 있다. CPI 9%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머지는 이미 당신의 집값과 주식 가격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 시차 동안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던 사람들은 조용히 가난해졌다.

지표기간변화
연준 자산 (QE)2020~2022$4.2조 → $8.9조 (+112%)
M2 통화량2020~2022$15.3조 → $21.7조 (+41%)
미국 CPI2022년 6월 정점+9.1%
한국 CPI2022년 정점+6.0%
S&P5002020~2021+90%
2020년 1월 → 8월+40%

반면 같은 기간 금값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2020년 초 온스당 1,500달러대였던 금은 2020년 8월 2,089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돈이 흔해지자 금이라는 희소 자산의 달러 표시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화폐가 묽어질수록 금이라는 거울은 더 큰 숫자를 비추었다.

그래서 금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금값이 오른다는 것은 금이 비싸지는 사건이 아니라, 돈이 묽어지는 과정을 금이 충실히 비추는 것이다. 금은 가치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다만 화폐가 잃어버린 가치를 그대로 반사할 뿐이다. 금이라는 거울이 점점 큰 숫자를 비춘다면, 그것은 거울 앞에 선 화폐가 그만큼 작아졌다는 뜻이다.

또 하나를 짚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실물 자산을 가진 사람, 즉 부동산·주식·금을 보유한 사람들의 명목 자산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숫자가 올라간다. 반면 예금과 현금만 가진 사람들은 숫자가 그대로인 채 구매력만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은 자산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를 넓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이것이 위기 이후마다 자산 불평등이 심해지는 이유다.

시중에는 이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여, 그동안 찍어 낸 모든 돈을 금이 떠받치려면 금값이 5만 5천 달러는 되어야 한다는 식의 '리셋 방정식'이 떠돈다. [확인 요청: 금 $55,000 리밸류 등은 외부의 가정적 계산으로, 본문은 이를 예측으로 채택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의 본질을 설명하는 방향 예시로만 언급한다.] 구체적인 숫자가 맞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계산이 가리키는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돈은 계속 묽어지고, 금이라는 거울은 그것을 계속 비춘다는 것이다. 방향에 베팅하는 것과 정확한 숫자에 베팅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방향을 본다.


출처

  • 인플레이션=통화량 확대에 따른 화폐 구매력 하락(보이지 않는 세금) | 화폐 일반 이론·본서 프롤로그 |
  • 2020~2022년 연준 자산 매입 및 소비자물가 상승 | 연준 공개 자료·미국 노동통계국(B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