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래 로고

로그인 / 회원가입

로그인하고 시작하기

둘러보기

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2 · 주식 시장이 말하지 않는 것

조회 554

"장기 우상향"이라는 주문의 함정

"주식은 길게 보면 결국 우상향한다." 이 말은 거의 신앙처럼 반복된다. 절반은 진실이다. 그러나 이 주문을 아무 단서 없이 삼키면, 두 가지 함정에 빠진다.

첫 번째 함정은 '어느 시장이냐'를 묻지 않는 것이다. 장기 우상향의 근거로 흔히 미국 시장의 100년 그래프가 제시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한 세기의 승자가 그린 그림이다. 같은 기간 어떤 나라의 시장은 전쟁으로 사라졌고, 어떤 시장은 수십 년간 제자리였다. 살아남아 우상향한 시장만 그래프로 남는다. 패자의 그래프는 애초에 그려지지 않는다. 당신이 탄 배가 반드시 그 승자의 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일본이 이 함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1989년 말 닛케이 지수는 약 38,915를 찍었다. 일본 주식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기세였다. 부동산도 함께 올랐다. "일본은 다르다"는 말이 공기처럼 떠돌았다. 그 정점 이후 닛케이 지수가 그 고점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4년이다. 2024년이 되어서야 35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넘었다. 1989년에 닛케이에 투자하고 장기 보유한 사람은, 35년을 기다려야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 35년 동안 금을 보유했다면 상황은 달랐다.

두 번째 함정은 '얼마나 길게냐'를 외면하는 것이다. 길게 보면 오른다는 말은, 그 '길게'가 당신의 인생보다 길 수도 있다는 뜻을 숨기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고점에 들어간 미국 투자자는 그 가격을 회복하는 데 사반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배당을 포함하면 회복이 더 빠르지만, 명목 가격만 보면 그 기간이 길다. 2000년 닷컴 거품의 정점에 들어간 사람도 오랜 시간을 잃었다. 당신이 하필 그 정점에서 진입한다면, '장기 우상향'은 당신을 위로하지 못한다. 당신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국 코스피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2007년 10월 코스피는 2,085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며 2008년 10월에는 938까지 떨어졌다. 이 바닥에서 버티고 산 사람은 이후 회복을 즐겼다. 그러나 2007년 고점에 진입해 2008년 공포에 팔고 나온 사람은 원금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길게 보면 된다"는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심리적 고통이 있는지를, 그 기간을 버텨 본 사람만이 안다

나는 주식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 우상향'이라는 주문이 진입 시점의 위험과 시장 선택의 위험을 가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주문은 종종 비싼 값에 들어가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어차피 길게 보면 되니까"라는 위안이 고점 진입의 합리화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맹점이 있다. 장기 우상향은 인플레이션을 공제한 실질 수익률을 따지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명목 주가는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빼면 실질 수익이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인 기간이 존재한다. 1970년대 미국 주식이 대표적이다. 달러 표시 주가는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이 높았기 때문에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주식 투자자가 손해를 본 것이다. 주문은 명목 수익률을 말하고, 진짜 부는 실질 수익률로 결정된다.

금에는 이런 주문이 필요 없다. 금은 기업의 성장에 베팅하는 자산이 아니라 화폐의 부식을 반사하는 자산이다. 그래서 어느 한 나라가 무너져도, 어느 한 시장이 사라져도 금은 그 자리에 있다. '결국 우상향한다'는 믿음에 인생을 거는 대신, 화폐가 녹는다는 멈춘 적 없는 사실에 기대는 것. 그것이 금이 제공하는 다른 종류의 안전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되는 국제기구의 언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로 넘어간다.


출처

  • 생존 편향(살아남은 시장만 그래프로 남음) | 통계 일반 개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