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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돈에 대한 무지를 직시하라 — 주식 시장의 환상

1-3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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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가 말하는 것

금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데이터는 세계금협회, 곧 WGC에서 나온다. 이 기관은 금의 수요와 공급을 분기마다 집계해 발표한다. 보석 수요가 얼마였고, 중앙은행이 얼마를 샀으며, 투자 수요가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숫자로 보여 준다. 금을 진지하게 보려는 사람이라면 이 데이터를 외면할 수 없다.

WGC가 발표하는 핵심 보고서 중 하나가 매분기 발행되는 'Gold Demand Trends'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금 수요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첫째는 보석(Jewellery) 수요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중국이 가장 큰 소비국이며, 결혼 시즌과 축제 시기에 수요가 집중된다. 둘째는 기술(Technology) 수요다. 전자 부품, 치과 의료 등 산업적 용도다. 셋째는 투자(Investment) 수요다. 실물 바(bar)와 코인, ETF로 구분된다. 넷째가 중앙은행(Central Banks) 수요다. 이 네 가지를 합산한 것이 전체 금 수요이며, 공급 측에서는 광산 생산량, 재활용 금(Recycling), 헤징 해제분을 집계한다.

이 데이터를 읽으면 시장의 체온이 보인다. 중앙은행 매수가 늘어나는 해에는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2022년 전 세계 중앙은행은 약 1,136톤의 금을 순매입했다. 1967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었다. 2023년에도 1,000톤을 넘는 매입이 지속됐다. 이 숫자의 의미는 단순하다. 달러 체제에 불확실성을 느낀 각국 정부가 금을 최후의 닻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데이터를 읽을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WGC는 금 산업을 대변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영문 명칭은 World Gold Council이지만, 주요 금 채굴 회사들의 자금으로 운영된다. 그들이 내놓는 숫자 자체는 신뢰할 만한 집계지만, 그 숫자에 붙는 해석은 금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숫자'는 취하되 그들의 '전망'은 한 번 걸러 듣기를 권한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WGC의 데이터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나는 세 가지를 본다. 첫째는 중앙은행의 매수 추이다. 한 나라의 정부가 자국 통화 대신 금을 사 모은다면, 그것은 어떤 개인 투자자의 전망보다 무거운 신호다. 중앙은행은 분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수십 년의 시간 지평을 보고 결정한다. 그들이 사는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둘째는 투자 수요와 보석 수요의 균형이다. 위기감이 커지면 투자 수요가 앞서고, 평온하면 보석 수요가 앞선다. 투자 수요가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는 공급의 한계다. 금광에서 새로 캐내는 양은 매년 거의 정해져 있어, 수요가 늘면 가격으로 풀릴 수밖에 없다. 광산의 새로운 대형 발견이 줄어들고 있고, 기존 광산의 채굴 품위(금 함유량)도 낮아지는 추세다. 공급 증가는 제한적인데 수요가 늘면 방향은 하나다.

요컨대 WGC는 금이라는 시장의 체온계다. 체온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믿되, 체온계 회사가 덧붙이는 '그러니 더 사라'는 권유와는 거리를 두라. 이것이 금 데이터를 읽는 첫 번째 자세다. 다음 장에서는 정반대 성격의 기관, 즉 금을 팔 이유가 없는 IMF가 금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겠다.


출처

  • WGC(세계금협회)의 금 수요·공급 분기 집계(보석·투자·중앙은행 수요, 광산 공급) | WGC 공개 보고서 일반 |
  • 2022년 중앙은행 금 순매입 1,136톤(55년 만에 최다) | WGC Gold Demand Trends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