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중앙은행은 왜 금을 쌓아두는가 — 본질의 이해
2-1 ·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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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인도·튀르키예의 매집
매년 1,000톤이라는 숫자 뒤에는 이름이 있다. 그 행렬의 맨 앞에 선 나라들을 보면, 왜 그들이 금을 사는지가 더 선명해진다. 중국, 러시아, 인도, 튀르키예. 면면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들은 모두 달러 중심 질서의 바깥에 서 있거나, 그 질서와 긴장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자국의 달러 자산이 동결되는 것을 직접 겪었다. 동결된 외화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인질이다. 그 경험은 모든 비서방 국가에 같은 교훈을 새겼다. 남의 나라 화폐로 쌓은 곳간은 그 나라가 마음먹으면 잠가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금고에 든 실물 금은 누구도 원격으로 동결하지 못한다.
러시아의 경우를 더 들여다보자.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보유 비중을 꾸준히 줄이고 금 보유를 늘려 왔다. 2022년 전쟁 직전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은 약 20퍼센트 수준으로 올라 있었다. 이후 달러 자산이 동결되었지만, 실물 금은 러시아 영토 안의 금고에 있었기에 손댈 수 없었다. 8년에 걸친 준비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방어벽이 된 셈이다.
중국은 오랜 기간 꾸준히 금을 늘려 왔다. 세계 최대의 달러 채권 보유국이면서, 동시에 그 의존을 줄이려는 모순된 처지에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부터 공식 금 보유를 다시 늘리기 시작해, 2024년 5월까지 18개월 연속 매수를 이어 갔다. 중국의 목표는 단순한 수익이 아니다. 위안화의 국제화와 연동해, 금을 외환보유액 다변화의 닻으로 쓰는 전략이다. 달러 의존을 줄이는 과정에서 금은 중립적 준비 자산으로 가장 적합하다.
인도는 문화적으로 금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이자, 중앙은행 차원에서도 보유를 늘려 왔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금 소비국 중 하나로, 민간 보유 금이 수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중앙은행도 외환보유액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인도는 영국에 보관 중이던 금 일부를 자국으로 회수하는 작업도 진행했는데, 이는 실물 보관에 대한 신뢰를 내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튀르키예는 자국 통화의 극심한 가치 하락 속에서 금의 방어력을 절감했다. 리라화가 몇 년 사이 달러 대비 가치의 대부분을 잃는 동안, 금 보유가 상대적으로 국가 재정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에 가까울 때 금은 내부의 화폐 가치 붕괴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된다는 것을 튀르키예는 실험적으로 보여 주었다.
이들의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자국의 운명을 남의 화폐에 통째로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은 정치적 국적이 없는 자산이다. 어느 나라의 신용에도 묶여 있지 않기에, 강대국의 결정 한 번으로 무력화되지 않는다. 제재의 시대에 이 중립성은 곧 안전이다.
여기서 개인이 얻을 교훈은 분명하다. 국가가 남의 화폐를 경계하며 금으로 곳간을 채운다면, 같은 논리가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당신의 자산이 전부 한 종류의 화폐와 한 나라의 신용에 묶여 있다면, 그것은 그 신용이 흔들리는 날 함께 흔들린다. 다음 장에서는 정반대 진영, 즉 달러 질서의 심장인 미국이 정작 자기 금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겠다.
출처
- 러시아 달러 자산 동결 경험 / 중국·인도·튀르키예의 금 보유 확대 추세 | 공개 보도·WGC 데이터 일반 | —
- 동결 불가·정치적 중립 자산으로서의 금 | 본서 b-2-3·1-3-2 | —
- 중국 인민은행 2022-11~2024-05 18개월 연속 금 매수 | World Gold Council, Central Bank Gold Statistics (https://www.gold.org/goldhub/data/gold-reserves-by-country) |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