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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중앙은행은 왜 금을 쌓아두는가 — 본질의 이해

2-2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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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중앙은행 서베이 — 69퍼센트의 의미

행동만큼이나 속내도 중요하다. 세계금협회는 매년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설문을 돌린다. 향후 금 보유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금을 왜 보유하는지를 곳간지기들에게 직접 묻는 것이다. 이 설문의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 매수 행렬에 '왜'라는 답을 붙여 준다.

2024년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응답한 중앙은행의 약 69퍼센트가 "향후 5년 안에 금이 각국 준비자산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81퍼센트에 달해, 2018년 설문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곳간을 지키는 당사자들의 다수가, 금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터워질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설문의 맥락을 짚어야 한다. 중앙은행들은 본성상 보수적이다. 법정화폐 체제의 수호자로서 금의 부상을 공개적으로 긍정하는 것은 자신들이 운용하는 통화에 대한 의구심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금 보유 증가를 전망한다면, 그 안에는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더 강한 신념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이 밝힌 보유 이유도 일관된다. 위기 상황에서의 성능, 장기적인 가치 저장, 그리고 분산 효과다. 풀어 말하면 이렇다. 위기가 닥쳤을 때 믿을 만하고, 긴 세월 가치를 지키며, 다른 자산이 무너질 때 홀로 버텨 준다는 것. 이것은 이 책이 줄곧 말해 온 금의 미덕과 정확히 일치한다.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국가의 곳간지기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위기 상황에서의 성능'이라는 항목이다. 중앙은행들은 과거 어떤 위기에서 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과 채권이 동반 폭락하는 동안 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2020년 코로나 충격 때도 금은 빠른 반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지탱했다. 이 경험이 통계로 쌓이면, 위기 대응 자산으로서 금의 지위는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실증 데이터가 된다.

분산 효과도 구체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금의 가격은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다. 주식이 폭락할 때 금이 같이 폭락하지 않고, 채권 금리가 치솟을 때 금이 꼭 함께 무너지지 않는다. 이 낮은 상관관계가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중앙은행들이 '분산'을 보유 이유로 꼽는 것은 이 수학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설문이 행동보다 약한 증거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설문의 무게는 응답자의 정체에 있다. 익명의 군중이 아니라, 한 나라의 외환을 책임지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사적인 전망을 묻는 자리에서 한목소리로 금의 미래를 밝게 본다면, 그 합의는 가볍지 않다.

말과 행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우리는 비로소 신호를 신뢰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실제로 사들이고 있고, 동시에 더 살 것이라 말한다. 다음 장에서는 국가가 아닌 민간의 거인, 대형 투자은행이 금을 어떻게 분류하는지로 넘어가겠다.


출처

  • 2024년 서베이: 69% "향후 5년 내 금 비중 확대" 전망 / 81% "향후 12개월 글로벌 금 보유 증가"(2018년 이래 최고) / 29% 자국 금 보유 증가 의향 | 세계금협회(WGC) 2024 Central Bank Gold Reserves Survey(응답 70곳, 2024.2~4) | https://www.gold.org/goldhub/data/2024-central-bank-gold-reserves-survey
  • 보유 사유(위기 성능·장기 가치 저장·분산 효과) | 위 서베이 동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