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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중앙은행은 왜 금을 쌓아두는가 — 본질의 이해

2-3 · 금의 5가지 본질적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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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합의 — 정치·종교·체제를 초월한

금의 마지막 속성은 물질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다. 보편적 합의다. 인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지만, 금이 가치 있다는 데에는 신기할 만큼 한목소리를 내 왔다.

생각해 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정치 체제가 다른 사람들이 금 앞에서는 같은 판단을 내린다. 자본주의 국가도, 사회주의 국가도 금을 곳간에 쌓는다. 기독교 문명도, 이슬람 문명도, 힌두 문명도 금을 귀하게 여긴다. 5,000년 전 사람도, 오늘의 사람도 금을 보면 가치를 떠올린다. 이런 합의는 다른 어떤 자산도 누리지 못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이슬람 금융에서 이자는 금지되지만 금 보유는 허용된다. 오히려 이슬람 문화권에서 금은 신부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혼인 선물이자 전통 저축 수단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자 최대 채굴국 중 하나다. 시장 경제 체제의 미국, 유럽, 캐나다도 모두 중앙은행에 금을 쌓는다. 서로 체제가 달라도 금에 대해서는 같은 결론이다.

이 보편성이 왜 자산으로서 중요한가. 가치란 결국 합의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가치 있느냐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동의할 때 성립한다. 그런데 그 합의가 좁으면 위험하다. 한 나라 안에서만 통하는 화폐는 그 나라를 벗어나면 종잇조각이 되고, 한 시대에만 인정받던 자산은 시대가 바뀌면 버려진다. 금의 합의는 가장 넓고 가장 오래되었다. 국경을 넘어도, 체제가 바뀌어도, 세대가 흘러도 유지된다.

이 합의의 두께는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나라의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역사는 반복해서 같은 답을 보여 준다. 1920년대 독일 하이퍼인플레이션 당시 마르크화가 쓸모없어지자 사람들은 빵 한 덩이를 사기 위해 수레 가득 지폐를 끌고 다녔다. 그 와중에도 금은 물물교환의 기준이 되었다. 짐바브웨에서 화폐가 붕괴했을 때도, 베네수엘라에서 볼리바르 가치가 폭락했을 때도 금은 교환 수단으로 기능했다. 합의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이 사례들이 보여 준다.

이것은 위기의 순간에 특히 빛난다. 한 나라의 화폐가 무너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때조차, 금은 여전히 받아들여진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는 곳에서도 금 한 조각은 식량과 안전으로 교환된다. 다른 모든 합의가 깨질 때 마지막까지 남는 합의가 금에 대한 합의다. 그래서 금은 가장 약한 화폐가 아니라 가장 강한 화폐다.

다만 이 보편적 합의도 절대적이라고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이라고 여겨진 것들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바뀐 사례도 있다. 금의 합의가 5,000년을 견뎌 왔다는 사실은 강력한 증거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한계를 인식하면서 금의 합의를 다른 자산과의 분산 근거로 삼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희소성, 내구성, 분할 가능성, 균질성, 무차입성, 그리고 보편적 합의. 이 여섯 속성이 합쳐져 금을 5,000년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이 모두를 동시에 갖춘 물질은 지구상에 금밖에 없다. 다음 절에서는 이 견고한 자산을 둘러싼 현재의 거대한 변화, 곧 달러 패권의 균열로 시선을 옮기겠다.


출처

  • 금 가치에 대한 범문명·범시대 보편 합의 | 역사·인류학 일반 | —
  • 가치=합의, 합의의 폭과 지속성 | 본서 관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