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AI 시대, 실물 자산이 빛나는 이유
4-2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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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가 분석한 AI 인프라의 규모
은과 금의 산업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엔진은 AI 인프라다. 그렇다면 그 인프라는 대체 얼마나 큰가. 이 물음에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내놓은 분석은 그 규모를 상상 가능한 숫자로 바꿔 준다. 그 숫자 앞에서, 앞 절의 은 수요 기록이 왜 매년 깨지는지가 분명해진다.
맥킨지의 전망은 충격적인 규모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투자해야 할 자본은 약 6조 7,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AI 연산을 감당하는 데이터센터에만 약 5조 2,000억 달러가 들어간다. 이것은 한 나라의 경제 규모에 맞먹는 돈이, 오직 AI를 돌릴 시설을 짓는 데 쏟아진다는 뜻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이 규모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1달러를 1,400원으로 잡으면 5조 2,000억 달러는 약 7,280조 원이다. 2024년 한국 GDP가 약 2,200조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 투자 규모는 한국 경제 전체 연간 생산량의 세 배가 넘는 돈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쏟아지는 것이다. 세계 경제사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한 분야에 집중된 자본 투입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규모를 더 구체적으로 보자.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에는 AI가 전체 데이터센터 수요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데이터센터가 빨아들이는 전력도 급증한다. 여러 기관의 추정을 종합하면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는 1,000테라와트시 안팎에서 그 이상으로 불어나, 세계 전력 수요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구 전체 전기의 상당한 몫이 데이터센터로 빨려 들어가는 미래가 그려진 것이다.
전력 수요의 관점에서 이 수치를 구체화해 보자.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약 600테라와트시 수준임을 떠올리면, 위 추정치는 한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두 배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의 전력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에 쓰인다는 뜻이 된다. 이 전력을 공급하려면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의 폭발적 확장이 불가피하고, 그 설비에 다시 은이 들어간다. 수요의 고리는 이렇게 서로를 강화하며 닫힌다.
이 거대한 숫자를 우리의 주제로 연결해 보자. 5조 달러가 넘는 투자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는 콘크리트와 철근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 안은 수천만 장의 칩, 끝없는 서버, 전력과 냉각 장치로 채워진다. 그리고 우리는 앞에서 보았다. 그 칩의 접점에 금이, 그 서버의 회로와 전력 부품에 은이 들어간다는 것을. 인프라의 규모가 곧 귀금속 수요의 규모다. 다만 'AI 인프라 한 단위에 귀금속이 정확히 얼마'라는 식의 환산은 맥킨지가 제시한 바 아니며, 제품·설계마다 달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할 수 없다. 방향은 분명하되, 정확한 함유량은 개별 사양을 확인해야 한다.
지정학적 차원도 빠뜨릴 수 없다. 미국, 유럽, 중국이 AI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각국은 자국 데이터센터 구축에 국가 차원의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의 CHIPS법, 유럽의 AI 대륙 전략,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가 모두 그 맥락이다. 이 지정학적 경쟁이 인프라 투자를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 격상시켰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투자는 더 빠르게, 더 많이 이루어지고, 그 투자의 밑바닥에 깔리는 귀금속 수요도 더 가파르게 오른다.
정리하면, 맥킨지의 데이터는 AI 인프라가 한 시대의 산업을 규정할 만큼 거대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거대함의 바닥에는 금과 은이라는, 변하지 않는 금속이 깔려 있다. 수요의 엔진은 분명하고, 그 엔진은 당분간 멈출 기미가 없다. 다음 절에서는 시선을 돌려, 이 디지털 문명이 실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보겠다.
출처
- 2030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약 6.7조 달러(AI 전용 약 5.2조), AI가 데이터센터 수요의 약 70% 차지 | McKinsey, "The cost of compute: A $7 trillion race to scale data centers" | https://www.mckinsey.com/industries/technology-media-and-telecommunications/our-insights/the-cost-of-compute-a-7-trillion-dollar-race-to-scale-data-centers
-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급증 전망(기관별 추정치 상이) | McKinsey/IEA 등 | —
- 칩·서버 내 금·은 사용은 본서 4-1 참조; 단위당 환산은 미제시 | 본서 4-1-1·4-1-2 | —
- 미국 CHIPS법·유럽 AI 전략·중국 동수서산 등 국가 차원 AI 인프라 경쟁 | 정책 일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