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AI 시대, 실물 자산이 빛나는 이유
4-3 · 디지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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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적 안전성이라는 개념
이 장의 논의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보자. 비대칭적 안전성이다. 다소 낯선 말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왜 우리가 금을 일부 가져야 하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열쇠다. 천천히 풀어 보겠다.
비대칭이란 양쪽이 같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선택의 잃을 것과 얻을 것이 같은 무게가 아닐 때, 우리는 그것을 비대칭이라 부른다. 금을 일부 갖는다는 선택이 바로 그렇다. 평온한 시절, 금을 일부 가진 대가는 크지 않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으니, 그 몫만큼의 기회를 놓치는 정도다. 이것이 잃을 수 있는 쪽이다. 작고, 한정되어 있다.
이 기회비용을 정량화해 보자. 만약 총 자산의 10퍼센트를 금으로 보유한다면, 그 10퍼센트는 예금이나 채권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못 받는다. 2025년 기준 한국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연 3퍼센트로 가정하면, 1억 원 중 1,000만 원을 금으로 갖는 데 드는 연간 기회비용은 약 30만 원이다. 한 달에 2만 5,000원을 '시스템 독립 보험료'로 내는 셈이다. 보관 비용까지 포함해도 이 규모는 크게 늘지 않는다. [이 계산은 예시이며, 실제 기회비용은 개인의 상황과 금리 환경에 따라 다르다.]
반대편을 보자. 시스템이 흔들리는 위기의 순간, 디지털 자산이 묶이고 종이 약속이 무너질 때, 어떤 시스템에도 기대지 않는 실물 금은 그 진가를 드러낸다. 이때 금이 지켜 주는 것은 작은 이자가 아니라 자산의 생존 그 자체다. 이것이 얻을 수 있는 쪽이다. 드물게 오지만, 한번 오면 그 크기가 막대하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지키는 구조. 이 기울어진 저울이 비대칭적 안전성이다.
역사의 검증을 받자.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한국 원화는 불과 몇 달 만에 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이 기간 금을 원화로 보유한 사람과 달러 기준 금을 보유한 사람의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원화 표시 금 가격은 환율 폭락분만큼 자동으로 상승해 구매력을 지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주요 자산이 동반 폭락하는 가운데, 금은 먼저 일시 하락 후 빠르게 회복하며 다른 자산과 분리된 움직임을 보였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금은 단기 변동 후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비대칭적 안전성은 이론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된 패턴이다. 다만 과거 데이터를 현재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으며, 미래의 위기 양상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개념의 힘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위기가 언제 올지, 올지 안 올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비대칭의 논리는 예측을 요구하지 않는다. 평소의 비용이 충분히 작고, 위기 때의 보호가 충분히 크다면, 위기의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 한 조각을 갖는 편이 합리적이다. 보험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집에 불이 날 것을 예측해서 화재보험을 드는 것이 아니다. 불이 날 확률은 낮지만, 났을 때의 피해가 감당 못 할 만큼 크기에 적은 보험료를 치르는 것이다. 금은 자산에 드는 화재보험이다.
이 비유를 하나 더 밀고 나가자. 좋은 보험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파산을 불러오지도 않고, 너무 적어서 아무 보호도 못 하지도 않는다. 금 보유의 비중도 마찬가지다. 자산의 100퍼센트를 금으로 바꾸는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고, 0퍼센트는 보호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은 자산 배분 전문가들이 총 포트폴리오의 5~15퍼센트 수준을 귀금속에 배정하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것은 보험료의 합리적 구간이고, 투자 판단의 결정은 개인의 상황과 책임에 달려 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따른다. 이 비대칭이 성립하려면, 금이 정말로 시스템에서 독립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금, 보관 증서, 레버리지가 걸린 파생 상품은 위기의 순간 다시 시스템에 묶인다. 그것들은 비대칭의 한쪽, 즉 위기 때의 보호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보험인 줄 알았는데 정작 불이 나면 함께 타 버리는 보험인 셈이다. 그래서 이 장의 결론은 7장의 결론과 정확히 맞물린다. 비대칭적 안전성을 진짜로 누리려면, 당신이 직접 통제하는 실물이어야 한다.
정리하자. 금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오를 것을 확신해서가 아니다. 작은 비용으로 큰 위험을 막는, 그 기울어진 저울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는 AI가 불러올 또 다른 거대한 비대칭, 생산성의 폭증과 노동시장의 충격을 보겠다.
출처
- 비대칭적 안전성(작은 보유비용 vs 위기 시 큰 보호) 개념 | 본서 비즈니스 로직·저자 관점 | —
-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시 원화 폭락과 금의 원화 표시 가격 상승 | 역사적 사실 | —
- 2008년 금융위기·2020년 코로나 시기 금 가격 패턴 | 역사적 데이터 | —
- 포트폴리오 귀금속 배분 5~15% 원칙 | 자산 배분 일반·다수 전문가 관점 | —
- 보험 비유 및 실물 독립성의 전제 | 본서 4-3-1·6-4-2·6-6-3 | —
- [과거 데이터의 현재 대입 한계: 미래 위기 양상은 과거와 다를 수 있음 명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