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왜 금마저 디지털로 사려 하는가
5-4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조회 726
레이 달리오의 All Weather와 실물 비중
원칙을 세웠으니, 이제 세계의 큰 자산을 굴리는 이들이 실제로 금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자. 첫 번째 사례는 '올 웨더(All Weather)'라는 이름의 자산 배분 전략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이끈 레이 달리오의 이름과 함께 널리 알려진 이 전략은, 금을 진지한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다룬다.
먼저 분명히 해 두자. 여기서 다루는 것은 그 인물의 발언이나 시장 예측이 아니라, 널리 공개되어 통용되는 포트폴리오 구조 그 자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올 웨더 배분의 한 버전은 다음과 같다. 주식 30퍼센트, 장기 국채 40퍼센트, 중기 국채 15퍼센트, 금 7.5퍼센트, 그리고 원자재 7.5퍼센트. 이 비율은 대중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단순화 버전이며, 운용 주체나 시점에 따라 실제 구성은 다를 수 있다.
이 배분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은 비율 그 자체가 아니다. 그 설계 철학에 있다. 올 웨더의 핵심 발상은 '어떤 경제 환경이 와도 견디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는 네 가지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성장이 예상보다 높을 때. 둘째, 성장이 예상보다 낮을 때. 셋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을 때. 넷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을 때. 이 네 가지 환경 중 어느 것이 와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크게 무너지지 않도록 각 환경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자산들을 골고루 배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바로 이 사고 안에서 금은 빠질 수 없는 조각으로 들어간다.
왜 금이 들어가는가. 다른 자산들이 약해지는 환경에서 금이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환경'에서 금은 가장 강하다. 화폐 가치가 흔들리고 물가가 치솟는 국면에서 주식과 채권이 함께 휘청일 때, 금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전체를 떠받친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주식과 채권은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처참했지만, 금은 1971년 온스당 35달러에서 1980년 1월 850달러 부근까지 급등하며 실물 자산의 위력을 증명했다. 이것이 우리가 5장에서 본 비대칭적 안전성의 다른 표현이다.
실제로 이 배분 전략의 역사적 성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 준다. 특히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달성하는 면에서 단순 주식 포트폴리오와 대비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물론 강세장에서는 주식 단일 포트폴리오보다 절대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이것은 단점이 아니라 설계의 의도다. 최고 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 와도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역사적 성과 분석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록이며,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전략조차, 위기를 견디기 위해 금이라는 조각을 반드시 끼워 넣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가 새길 교훈은 이렇다. 금은 자산의 전부도, 주역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진지한 포트폴리오라면, 금은 작더라도 분명한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 7.5퍼센트라는 숫자에 매일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의미 있되 과하지 않은 한 축'으로서 금을 배치한다는 발상이다. 다음 절에서는 세계적 은행 JP모건이 금을 어떻게 보는지 보겠다.
출처
- 올 웨더 포트폴리오 대중 공개 버전(주식30/장기채40/중기채15/금7.5/원자재7.5)·리스크 패리티 설계 | Bridgewater "The All Weather Story" — https://www.bridgewater.com/research-and-insights/the-all-weather-story
-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금 가격(1971년 온스당 35달러 → 1980년 1월 약 850달러) | LBMA — https://www.lbma.org.uk/alchemist/issue-118/echoes-of-the-80s-gold-prices-and-inflation-then-and-now
- 금의 환경 분산 역할(비대칭적 안전성) | 본서 4-3장·5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