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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왜 금마저 디지털로 사려 하는가

5-4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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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권장

두 번째 사례는 세계적 금융 그룹 JP모건이다. 정확히는 거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JP모건 프라이빗뱅크다. 부자들의 돈을 지키고 불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금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우리에게 실용적인 참고가 된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는 공개된 인사이트 자료를 통해 금을 포트폴리오의 분산 수단으로 다룬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그 핵심 논지는 이렇다. 금은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어 주고, 주식·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아 역사적으로 위험 대비 수익의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 옮긴 것은 그 공개 자료의 취지를 요약한 것이며, 구체적인 표현과 수치는 J.P. Morgan Private Bank의 원문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위험 대비 수익'이다. 영어로는 'risk-adjusted return'이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를 벌었는가(절대 수익률)가 아니라, 같은 위험을 감수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었는가를 측정한다. 금의 단순 수익률은 주식의 강세장보다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을 감안했을 때—즉 자산 전체가 얼마나 덜 출렁이면서 그 수익을 냈는지를 보면—금은 포트폴리오 전체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금 자체의 수익률이 가장 높아서가 아니라, 다른 자산들과 다르게 움직여 포트폴리오 전체의 출렁임을 줄여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관점이다. 즉 금의 효용은 그것을 떼어 놓고 볼 때가 아니라, 전체 자산의 한 조각으로 넣었을 때 드러난다. 이는 앞 절의 올 웨더 철학과 정확히 통한다.

이 논리를 숫자로 이해해 보자. 주식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생각해 보라.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 주식시장(S&P 500)은 약 19% 하락했다. 같은 해 금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만약 그 포트폴리오의 10%가 금이었다면 하락폭은 의미 있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심리적 효과다. 포트폴리오가 덜 빠지면 공황 매도의 유혹을 이겨내기 훨씬 쉬워진다. 금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줄임으로써 투자자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간접 효과는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지만 실질적이다.

구체적인 비중은 어떨까. JP모건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고정 비율을 공표하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사례에서는 한 고객이 특정 목적을 위해 자산의 일부를 금에 배분한 예가 소개되었으나, 이는 그 고객의 상황에 맞춘 개별 배분이지 일반 권장치가 아니다. 특정 배분 비율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권장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며, 적정 비중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자산가의 돈을 전담하는 기관조차 금을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분산을 위해 갖추는 것'으로 다룬다는 사실이다.

JP모건 같은 기관이 금을 대하는 언어도 배울 만하다. 이들은 "금이 오를 것이다" 혹은 "금이 폭등한다"는 식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통화 가치 하락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보호한다"거나 "인플레이션 헤지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언어를 쓴다. 이 차분한 언어가 그 기관의 실제 접근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금은 흥분의 대상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설계의 한 구성 요소다.

우리가 가져갈 것은 이렇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 관리 기관도,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 앞에서 금을 방어 수단으로 진지하게 다룬다. 그들의 언어는 '대박'이 아니라 '분산'과 '위험 관리'다. 이 차분한 언어야말로, 우리가 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다. 다음 절에서는 자산 보존의 본고장인 스위스 은행 UBS의 관점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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