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왜 금마저 디지털로 사려 하는가
5-4 · 전문기관은 무엇이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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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 스위스 은행이 아는 것
마지막 사례는 스위스의 UBS다. 스위스는 수백 년간 세계의 부를 보관해 온 나라이고, UBS는 그 전통 위에 선 세계적 자산 관리 은행이다. '부를 지킨다'는 일에 관한 한 가장 오래된 경험을 가진 곳이 무엇을 아는지, 그 함의를 읽어 보자.
스위스 은행업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보존이다. 화려한 수익을 좇기보다, 전쟁과 격변의 시대에도 자산을 온전히 지켜 다음 세대로 넘기는 일—그것이 스위스가 수 세기에 걸쳐 쌓은 평판의 핵심이다. 스위스가 이 지위를 얻게 된 것은 단순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 아니다. 19세기부터 이어진 금융 비밀 보호 전통,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의 중립, 강력한 재산권 보호 법률이 쌓아 올린 신뢰다. 세계대전 중 유럽 각국의 부호와 왕실이 자산을 스위스로 이전한 것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무수한 통화 위기를 거치면서도 부를 보존해 온 경험은, 어떤 이론보다 무겁다. 그리고 그 보존의 역사에서 금은 늘 중심에 있었다. 국경이 바뀌고 화폐가 휴지가 되는 시대에도 금은 가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스위스 프랑 자체도 한때 금본위제와 강하게 연동되어 있었고, 스위스 국립은행의 금 보유량은 국가 규모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다.
스위스 자산 보관의 또 다른 특징은 실물 중심주의다. 단순히 장부에 숫자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하 금고에 실물이 존재하는 보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취리히와 제네바의 프리포트(자유 무역 지대)는 전 세계 고가 자산의 물리적 보관지로 기능하며, 금은 그 핵심 품목이다. 이 실물 중심주의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긴 역사가 증명한 리스크 관리의 원칙이다.
UBS 역시 그 전통의 연장선에서 금을 다룬다. 이들은 공개된 시장 전망과 자산 배분 논의에서 금을 분산과 위험 회피의 수단으로 꾸준히 언급해 왔다. UBS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개 자료에서 균형형 미국 달러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약 5퍼센트 안팎의 금 배분을 효과적인 헤지이자 분산 수단으로 제시해 왔다. 다만 이는 특정 통화·고객군을 전제로 한 기관의 견해이므로,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권장치는 아니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숫자가 아니라, 자산 보존을 가장 오래 업으로 삼아 온 기관이 금을 변함없이 진지한 방어 자산으로 취급한다는 사실이다.
스위스 은행이 아는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부는 불리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이 어렵고, 지키는 일에서 금은 대체하기 어려운 도구라는 것. 수익률 경쟁에서는 금이 늘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의 지평을 수십 년, 한 세대 너머로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흥하고 망하는 자산들이 교차하는 긴 세월을 가로질러 가치를 보존하는 능력—그것이 금의 진짜 강점이고, 스위스가 오래전에 터득한 지혜다.
WGC(세계금위원회)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금은 1971년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에 걸쳐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장기 명목·실질 수익률을 보여 주었다(달러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 단기 변동성은 있었지만, 수십 년의 지평에서 금은 구매력을 지켜 온 자산이었다. 이것이 스위스 은행이 세대를 넘어 금을 고집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금을 단기 수익의 잣대로만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다. 다만 이 수치는 측정 기간과 통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절들을 닫으며 정리하자. 올 웨더의 전천후 설계, JP모건의 위험 관리, UBS의 보존 전통—접근의 언어는 달라도 결론은 한 곳으로 모인다. 진지하게 자산을 다루는 이들은 금을 주역으로 삼지 않되, 결코 빼놓지도 않는다. 금은 자산이라는 배의 균형을 잡아 주는 평형수다. 이 장에서 우리는 금이 무엇이 아닌지, 그리고 큰 자산가들이 금을 어디에 두는지를 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시야를 더 멀리, 금이 우리에게 사 주는 '시간'이라는 가치로 넓혀 가겠다.
출처
- UBS CIO: 금을 효과적 포트폴리오 헤지·분산 수단으로 보고 균형형 USD 포트폴리오 기준 약 5% 배분 제시 | UBS Global Wealth Management CIO — https://www.ubs.com/global/en/wealthmanagement/insights/marketnews/article.1882043.html
- 금의 장기 실질 수익률(1971년 이후 달러 기준 연평균이 미 CPI 상회) | 세계금위원회(WGC) — https://www.gold.org/goldhub/data/gold-returns
- 스위스 자산보존 전통·실물 중심 보관(프리포트)·스위스 국립은행 금 보유 | 공개 기록 일반
- 장기 가치 보존 능력으로서의 금 | 본서 5장·9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