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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왜 금마저 디지털로 사려 하는가

5-5 · 실물과 종이, 수익률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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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가진 '보이지 않는 알파'

알파(alpha)는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은 숫자로 측정한다. 그런데 실물 금에는 표에 적히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알파가 있다. 나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알파'라 부른다. 앞 글에서 실물의 비용을 정직하게 따졌으니, 이제 그 비용을 치르고도 남는 것을 말할 차례다.

첫 번째 알파: 카운터파티 리스크의 부재

ETF를 가진 당신은 운용사를 믿어야 한다. 보관은행을, 그 은행이 정말 금을 가졌는지를 믿어야 한다. 신탁 구조가 복잡한 ETF의 경우 중간에 여러 기관이 낀다. 실물을 손에 쥔 당신은 아무도 믿을 필요가 없다. 평시에는 이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이 흔들리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이 차이는 전부가 된다. 보이지 않는 알파는 평소엔 0이다가 위기에 폭발하는, 비대칭적인 보험금이다.

이 비대칭성이 핵심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건강할 때는 보험료만 나가고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그 비용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큰 병에 걸리는 순간, 그 보험은 수십 배의 가치를 발휘한다. 카운터파티 리스크의 부재가 실물 금에 주는 알파가 그와 같다. 평시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권 기관이 흔들리는 순간, 다른 자산이 증발하는 순간, 실물 금은 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역사의 증거를 보라. 2008년 금융위기에서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다. 그 회사의 주식, 채권, 그리고 리먼이 보관하던 자산들은 파산 절차에 휘말렸다. 그러나 실물 금고에 있던 금은 파산 절차와 무관하게 실제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종이 위의 권리와 실물의 차이가 이것이다.

두 번째 알파: 위기 유동성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면 종이 자산은 거래 자체가 멈춘다. 거래소가 닫히고, 인출이 동결된다.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초기에 여러 나라의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현금 인출을 제한했고, 일부 ETF는 거래량 폭증으로 가격 괴리가 발생했다. 그 순간에도 손안의 금은 누군가와 직접 교환됐다. 이웃에게, 시장에서, 아는 딜러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작동하는 유동성, 이것을 숫자로 매기긴 어렵지만 실재한다. 나는 현장에서 이것을 직접 봤다.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사람이 금붙이를 갖고 금은방을 찾아왔다. 은행 계좌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실물 금은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몇 안 되는 자산이었다. 당시 금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치솟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달러 기준으로는 금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원화가 폭락하면서 원화 기준 금값은 급등했다. 실물을 쥔 사람들은 이 둘을 동시에 누렸다.

세 번째 알파: 심리적 보유력

의외로 이것이 실전에서 가장 크다. 화면 속 숫자는 쉽게 판다. 손가락 한 번이면 청산된다. 그러나 금고 속 골드바는 쉽게 팔리지 않는다. 무게가 손에 각인된 자산은 공포의 바닥에서 사람을 덜 흔든다.

행동경제학은 이것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의 역방향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실 자산을 오래 보유하고, 이익이 난 자산은 일찍 판다. 그러나 금에서 이 패턴이 망가지는 것은 대체로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다. 화면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면, 팔아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이성을 압도한다. 실물은 이 충동의 회로를 끊는다. 금고 문을 열고, 골드바를 꺼내고, 딜러를 찾아가는 물리적 과정이 있어야 팔 수 있다. 이 마찰이 충동 매도를 막는다.

앞서 봤듯 금에서 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닥에서 파는 것이다. 실물은 그 실수를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안 파는 힘, 그것이 장기 수익률을 지킨다. 이것을 숫자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년 동안 금 투자에서 평균적인 결과조차 내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이 충동 매도에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알파의 총합

보이지 않는 알파평시 가치위기 가치
카운터파티 부재낮음매우 높음
위기 유동성낮음매우 높음
심리적 보유력중간높음

이 셋은 운용보고서에 수익률로 찍히지 않는다. 그래서 ETF와 실물을 단순 가격 그래프로 비교하면 실물이 손해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산의 진짜 시험은 평온할 때가 아니라 무너질 때 치러진다. 보이지 않는 알파는 바로 그 시험에서 정산된다. 실물 보유의 본질은 평시의 편의가 아니라 위기의 생존이다.

과거 데이터를 현재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 미래의 위기가 어떤 형태로 올지, 그 위기에서 실물 금이 어떤 역할을 할지를 정확히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알파는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라면 어떤 형태에서도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동시에 그 가능성이 틀렸을 때를 대비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관통하는 투트랙 사고다.


출처

  • 카운터파티 리스크·위기 유동성 개념 | 본서 2장·7장과 일관 | —
  •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행동경제학 일반 | 행동경제학 문헌 일반 | —
  • 1997년 IMF 외환위기 시 실물 금 교환 수요·원화 기준 금값 급등 | 공개 사료 일반 | 1997
  • 2008년 리먼 파산 관련 자산 동결과 실물 금 차별성 | 공개 사료 일반 |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