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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골드트리거의 현장 보고서 — 가짜를 거르는 눈

6-3 · 프리미엄 사기와 보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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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권리만 거래되는 시장

보관을 맡기는 것이 한 걸음이라면, 아예 실물 없이 종이 권리만 사고파는 것은 그 끝까지 간 형태다. 오늘날 '금에 투자한다'는 사람의 상당수가 실은 금을 단 한 조각도 손에 쥐지 않은 채, 금에 연동된 종이 권리만 거래한다. 이 시장의 구조와 규모를 이해해야 한다.

종이 금 시장의 현재 규모

금에 연동된 금융 상품은 편리하다. 계좌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고팔 수 있고, 무겁지도 않으며, 보관 걱정도 없다. 가격은 국제 금 시세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것을 실물 금을 가진 것과 같다고 여긴다. 평온한 시절에는 실제로 거의 같게 움직이니 그 착각이 굳어진다.

이 시장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LBMA에 따르면 하루 평균 런던 금 시장의 거래량은 수천 억 달러 규모다. 반면 실물 금 생산량은 연간 약 3,500~3,800톤 수준(WGC 기준)에 불과하다. 하루 거래량을 연간 금 생산량과 비교하면, 종이 시장이 실물 시장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세상에 존재하는 금의 물리적 양보다 훨씬 많은 금이 종이 위에서 거래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KRX 금시장, 은행 골드뱅킹 계좌, 금 ETF, 금 선물 등 다양한 형태의 종이 금 상품이 있다. 은행 골드뱅킹은 통장에 금 무게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실물 인출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인출 시 조건과 수수료, 정제 비용이 추가로 붙는다. 언제나 1g을 요청한다고 곧바로 1g의 실물이 나오는 구조가 아닌 경우도 있다.

약속이라는 본질

이 종이 권리는 본질적으로 약속이다. 어떤 기관이 '금만큼의 가치를 당신에게 지급하겠다' 혹은 '어딘가에 보관된 금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이다. 여기에는 두 겹의 위험이 있다. 하나는 그 약속을 한 기관이 무너질 위험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약속을 떠받치는 실물 금이 권리의 양만큼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위험이다. 종이의 양이 금의 양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위험이 동시에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라. 금융위기가 닥쳐 종이금 운용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다. 실물 인도를 요구하는 사람이 급증하지만, 운용사가 보유한 실물은 권리 발행 총량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파산 절차를 시작하고, 당신은 '금 권리'를 가진 채권자 대열에 서게 된다. 종이 권리는 법적 청구권이지만, 실물을 특정해 돌려받을 권리가 아닐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구조

이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시스템이 흔들려 모두가 진짜 금을 원할 때, 종이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실물 인도를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종이는 많고 실물은 적으니, 모두가 실물을 받을 수는 없다. 이때 종이금의 가격과 실물금의 가격이 벌어지는 괴리가 발생한다. 정작 방패가 필요한 순간에, 종이 방패는 방패가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초기에 이 괴리의 맹아가 잠깐 나타났다. 실물 금괴에 붙는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선물 가격과 실물 가격이 수십 달러 이상 벌어졌다. 물류 차질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실물에 대한 수요가 종이 거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몰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시엔 같은 가격을 따라가는 두 시장이, 위기에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을 세상이 목격했다.

편의와 안전은 다른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 종이 금 상품이 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단기 거래나 소액의 편의를 위해서는 쓸모가 있다. 금 시세에 연동된 수익을 단기적으로 취하려는 목적이라면 ETF나 골드뱅킹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실물 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위기에 대비하는 진짜 방패로서의 금이라면, 종이가 아니라 실물이어야 한다. 편리함과 안전함은 다른 것이다.

당신의 포트폴리오에서 금을 왜 보유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하라. 시세 차익이 목적이라면 종이 금으로도 그 목적은 달성된다. 시스템 위기 대비가 목적이라면, 종이 금은 그 목적을 채울 수 없다. 목적이 명확하면 도구 선택이 단순해진다. 다음 절에서는 이 종이 시장이 한층 더 위험해지는 영역, 레버리지가 끼어든 파생 거래로 들어가겠다.


출처

  • 금 연동 종이 권리의 거래 상대방 위험·실물 미달(종이>실물) 위험·위기 시 프리미엄 괴리 | 본서 b-2-3·b-5·저자 현장 | —
  • 연간 금 생산량 약 3,500~3,800톤 | World Gold Council(WGC) 일반 데이터 | —
  • 2020년 3월 코로나 충격 시 실물·선물 금 가격 일시 괴리 | 공개 시장 자료 일반 | 2020
  • 편의(종이)와 안전(실물)의 구분 | 본서 b-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