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해 오늘 금을 사라
7-1 · 금을 산다는 것은 시간을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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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남길 시간
금이 사 주는 세 번째 시간은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선다. 자녀에게 남길 시간이다. 이것은 가장 멀리 내다보는 시간이며, 어쩌면 자산을 모으는 일의 가장 깊은 이유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자산을 모은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자산가는 자기 이후를 생각한다.
부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많은 자산이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흩어진다. 사업은 시대와 함께 저물고, 화폐의 가치는 세월에 묽어지며, 복잡한 금융 자산은 물려받는 이가 이해하지 못해 잘못 다뤄지기도 한다. "부자가 삼대를 못 간다"는 옛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모으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넘기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상속세 부담과 부동산 집중으로 인해 세대 간 자산 이전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종이 자산은 더 위험하다. 화폐는 100년 단위로 보면 구매력의 90% 이상을 잃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1만 원이 30년 뒤에도 같은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금은 이 어려운 일에서 드문 장점을 가진다. 첫째, 단순하다. 한 덩이의 금은 복잡한 약관도, 만기도, 운용 지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물려받는 이가 금융에 밝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이고 얼마의 가치인지는 누구나 안다. 단순한 자산은 잘못 다뤄질 여지가 적다. 둘째, 시간을 견딘다. 우리는 이 책에서 화폐가 닻을 잃고 끝없이 풀려난 역사를 보았다. 종이돈의 가치가 세대를 거치며 녹아내리는 동안, 금은 수천 년간 가치를 지켜 왔다. 고대 로마에서 금 1온스(약 31.1g)면 좋은 토가 한 벌을 살 수 있었다. 오늘날 금 1온스(2,300달러 내외 기준, 2024년 평균가)면 고급 정장 한 벌을 살 수 있다. 2,000년이 흘렀는데 금의 구매력은 거의 그대로다. 한 세대를 넘어 가치를 전달하는 능력에서, 금을 능가하는 자산은 드물다.
셋째, 금은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어느 시대에든 금은 금으로 인정받는다. 자녀가 어디에 살든,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그 가치는 통한다. 특정 국가의 제도나 특정 기업의 운명에 묶인 자산과 달리, 금은 그 모든 것을 넘어 전달된다. 이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든든한 토대다. 자녀가 외국에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삶의 경로를 걷더라도 금은 그 어느 곳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넷째, 금은 상속이 비교적 단순하다. 실물 금의 경우 법적 절차는 필요하지만, 회사 지분이나 부동산처럼 분쟁이 복잡해지지 않는다. 골드바는 나눌 수 있고, 측정할 수 있고, 감정할 수 있다. 물론 상속세 신고와 납부는 한국 세법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절차의 복잡성이 부동산 상속에 비해 낮다. 소형 단위로 보유할수록 분할과 이전이 유연하다.
다만 물려주는 것은 금덩이만이 아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내내 말해 온 사고방식—예측이 아니라 대비, 편의가 아니라 통제, 조급함이 아니라 긴 호흡—을 함께 물려주는 일이다. 금만 남기고 그 정신을 남기지 못하면, 자녀는 그 금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부모에게 받은 금을 충동적으로 현금화해 버린 사례를 여럿 봤다. 금이 부의 도구가 아니라 장신구나 급전 창구로 인식되는 순간, 그 금의 역할은 끝난다. 자산과 함께 자산을 대하는 태도를 물려줄 때, 비로소 그 부는 다음 세대에서도 살아남는다.
정리하면, 금이 사 주는 세 번째 시간은 자녀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이다. 단순하고, 오래 견디고, 국경을 넘는 자산으로 토대를 놓고, 그것을 다루는 지혜를 함께 건네는 일. 이 장의 다음 절부터는 이런 긴 호흡의 자산관이 다른 자산관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하나씩 비교해 보겠다.
출처
- 세대 간 부의 이전 난점과 금의 장점(단순성·장기 가치 보존·국경 초월) | 본서 6-6-2·b-5·비즈니스 로직 | —
- 자산과 함께 전달해야 할 태도(대비·통제·긴 호흡) | 본서 7-3·저자 관점 | —
- 고대 로마부터 현대까지 금의 구매력 보존 | WGC, Gold Hub 역사 데이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