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해 오늘 금을 사라
7-4 · 시작하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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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떨어지면 사겠다"의 결말
두 번째 변명은 "비싸다"의 거울상이다. "지금 말고, 더 떨어지면 그때 사겠다." 합리적으로 들린다. 쌀 때 사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닌가. 그러나 이 변명의 결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더 떨어진 때'는 좀처럼 오지 않거나, 와도 살 수 없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자산은 가진 채, 시간만 흘러간다.
먼저 이 변명의 첫 번째 함정을 보자.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막상 가격이 떨어지면 사지 못한다. 왜인가. 가격이 내릴 때는 반드시 그럴듯한 이유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나쁜 뉴스, 비관적인 전망,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 막상 값이 내리면 그 공포에 휩싸여 "더 떨어질 텐데 지금 왜 사"라며 또 미룬다.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때를 생각해 보라. 그때 금값도 주식도 급락했다. "드디어 쌀 때가 왔다"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실제로 샀는가. 대부분은 오히려 더 떨어질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더 낮은 가격을 기다리다, 더 낮아진 그 순간에도 사지 못한다. 떨어지길 기다린 사람은 떨어졌을 때 도리어 손이 굳는다.
이것은 행동경제학이 반복 확인한 패턴이다. 사람은 가격이 하락할 때 더 비관적이 되고, 가격이 상승할 때 더 낙관적이 된다. 이른바 '추세 추종' 본능이다. 그런데 이 본능은 매수와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싸질 때 더 두렵고, 비싸질 때 더 탐난다. 이 본능을 알고 의식적으로 역행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기다림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끝난다.
두 번째 함정은 기다리는 동안 가격이 올라 버리는 경우다. 더 떨어지길 기다렸는데 가격은 반대로 오른다. 그러면 이제 "비싸다"는 첫 번째 변명으로 갈아탄다. 떨어지면 공포로 못 사고, 오르면 비싸서 못 산다. 두 변명은 짝을 이뤄 영원히 사지 않을 핑계를 제공한다. 이 굴레에 갇힌 사람은 10년이 지나도 한 그램의 금도 갖지 못한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금값의 흐름을 보면, 수십 번의 "이제 떨어지겠지"라는 순간이 있었다. 그 중 어느 한 순간에도 "지금 사자"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은 10년간 40~50% 이상의 상승을 옆에서 지켜본 셈이다. 기다림은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은 결정하지 않기 위한 핑계인 경우가 많다.
세 번째 함정이 가장 근본적이다. 이 변명은 바닥을 맞힐 수 있다는 착각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가격의 바닥을 미리 알 수 없다.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바닥인 줄 안다. 전문 트레이더들도,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금 현물을 수십 년 다룬 나도 바닥을 정확히 맞힌 적이 없다. 바닥을 기다리는 게임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겸손의 자산관은 바로 이 점을 인정한다. 나는 바닥을 모른다. 그러니 맞히려 하지 않는다.
네 번째 함정은 기회 비용이다.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동안 자산은 현금으로 묶여 있다. 그 현금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매년 구매력이 줄어든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3%라면, 10년간 기다린 현금의 구매력은 약 26% 감소한다.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기다리는 동안, 현금은 이미 실질 가치를 잃고 있다. 금을 사지 않기 위한 변명이 역설적으로 금보다 더 빠른 자산 손실을 부른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바닥을 맞히려는 시도 자체를 그만두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정해진 리듬으로 꾸준히 사면, 어떤 달은 비싸게 사고 어떤 달은 싸게 사며 전체 평균은 자연히 다듬어진다. 이것을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DCA, Dollar Cost Averaging)이라 한다. 타이밍이 아니라 리듬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매달 10만 원씩 사기로 결정해 두면 더 이상 "지금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실행만 남는다. 바닥에서 한 번에 크게 사는 영웅적 매수는 환상이지만, 매달 조금씩 사는 평범한 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결국 이긴다. 떨어지길 기다리는 대신, 떨어지든 오르든 사는 것이다.
정리하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개 사지 않기 위한 변명으로 끝난다. 바닥은 맞힐 수 없고, 기다림은 굴레가 된다.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동안 인플레이션은 이미 그 현금을 깎고 있다. 다음 절에서는 마지막 변명, "여유가 생기면 사겠다"를 해부하겠다.
출처
- 하락 시 공포로 매수 실패·상승 시 '비싸다'로 회피하는 변명의 굴레 | 본서 7-4-1·비즈니스 로직 | —
- 바닥 예측 불가와 분할 정기 매수의 우위 | 본서 7-2-4·7-4-4 | —
- DCA(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원리 | 일반 금융 원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