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0 · 시나리오 작성의 3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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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자산가 기준 — 환율 변수 포함
마지막 전제는 한국인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나는 금값을 달러로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달러로 살지 않는다. 원으로 산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당신의 삶으로 가져오려면 환율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얹어야 한다.
두 엔진의 구조
원리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사고파는 금의 가격은 두 개의 숫자가 곱해져 정해진다. 하나는 국제 금값, 즉 달러로 표시된 1온스의 값이다. 다른 하나는 원과 달러의 환율이다. 국내 금값은 이 둘의 곱이다.
국내 금값(원) = 국제 금값(달러/온스) × 원/달러 환율 ÷ 31.1(1온스의 그램 수)
국제 금값이 그대로여도 원이 약해지면 국내 금값은 오른다. 반대로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이 강해지면 그 상승의 일부는 깎인다. 원화 자산가에게 금은 국제 금값 하나가 아니라, 국제 금값과 환율이라는 두 엔진으로 움직이는 자산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국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이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라면, 국내 금 1그램 가격은 약 3,000 × 1,300 ÷ 31.1 ≈ 약 125,400원이다. 국제 금값이 그대로인데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원화 약세), 국내 금 1그램 가격은 약 3,000 × 1,500 ÷ 31.1 ≈ 약 144,700원으로 약 15퍼센트 오른다. 달러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원화 기준으로는 15퍼센트 수익이 생긴 것이다.
위기 때 이중으로 강해지는 이유
이 두 번째 엔진이 한국인에게는 대개 유리하게 작동한다. 세계에 큰 위기가 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안전자산인 금이 오르고, 동시에 안전통화인 달러도 강해진다. 달러가 강해진다는 것은 원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원화로 환산한 금값은 국제 금값의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져 두 배로 뛴다. 위기의 순간, 원화를 쓰는 사람에게 금은 이중의 방패가 되는 셈이다. 금 자체의 방어에 환율의 방어가 포개진다.
역사적 사례가 이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달러 기준 금값 상승은 약 5퍼센트(2008년 연간 기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연초 900원대에서 연말 1,250원대까지 급등했다. 원화 약세만큼 국내 금값이 추가로 올랐던 것이다. 원화 기준 금 보유자는 환율 효과로 인해 달러 기준보다 훨씬 큰 방어 효과를 경험했다. 위기일수록 원화 보유자에게 금의 가치가 증폭된다는 것은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사실이다.
환율을 맞히려 하지 마라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분쟁이 봉합되거나 위험이 가라앉으면 달러가 약해지고 원이 강해질 수 있다. 그때는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화 환산 수익이 줄어든다. 2020년 이후 한국 경제의 상대적 선전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구간에서는 이 효과가 감쇄되기도 했다. 환율의 방향은 국제 금값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환율을 맞히려 들지 말고, 환율 역시 분할 매수로 평탄하게 통과하는 것이 옳다. 매달 꾸준히 사면 환율이 높은 달도 낮은 달도 평균에 섞인다. 원화 약세 구간에는 더 비싸게 사겠지만, 그때는 보유 중인 금의 원화 평가도 올라가 있다. 원화 강세 구간에는 더 싸게 살 수 있다. 분할 매수는 환율 변수도 자동으로 평탄화한다.
위에 든 원/달러 환율과 국내 금시세(원 기준) 숫자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 계산이다. 국제 금값(달러) 자체는 실제 시세이지만, 특정 시점의 원화 환산 값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확한 구매·매도가는 거래 당시의 실시간 시세로 확인해야 한다.
정리하면 전제는 셋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보수적인 가정, 그리고 원화 자산가의 환율 변수. 이 세 전제 위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두 갈래의 미래를 그려 보겠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와, 80년에 한 번 오는 거대한 변곡점이 닥치는 경우다.
출처
- 국내 금값 = 국제 금값(USD) × 원/달러 환율(구조) | 환율 산식 일반 | —
- 국제 금값(USD) | 우리 DB
metal_usd_daily| — - 2008년 금융 위기 원/달러 환율 급등(900원대 → 1,250원대) | 한국은행 외환 통계 | —
- 본문의 원/달러 환율·국내 원화 금시세 숫자는 원리 설명용 예시 계산이며, 실제 값은 거래 당시 실시간 시세로 확인 | 예시 계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