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1 · 시나리오 A — 점진적 통화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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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 지금까지의 흐름이 이어진다
이제 첫 번째 미래를 그린다. 가장 가능성이 높고, 가장 밋밋한 미래다. 나는 이것을 시나리오 A라고 부른다. 특별한 파국도, 극적인 반등도 없이 지난 50년의 구조가 향후 10년 그대로 연장되는 경우다.
이것은 낙관이 아니라 관성이다
이 시나리오는 낙관이 아니다. 관성이다. 나는 여기서 어떤 새로운 위기도 가정하지 않는다. 전쟁이 세계를 삼키지도 않고,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까지 작동해 온 톱니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한 바퀴 더 도는 것뿐이다. 가장 지루한 가정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출발점이다.
많은 사람이 시나리오를 세울 때 극단적인 경우에만 집중한다. 경제가 무너지는 최악 시나리오, 또는 금이 폭등하는 최선 시나리오. 그러나 현실에서 가장 자주 오는 것은 이 둘 사이, 그 어디쯤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다. 시나리오 A는 바로 이 '길고 조용한 정상'이다.
세 개의 톱니바퀴
그 톱니바퀴는 세 개다.
첫 번째 톱니: 1971년 이후 화폐는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구매력을 잃어 왔고, 이 부식은 멈출 기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1971년 이후 달러화의 구매력은 약 87퍼센트 하락했다. 그 달러로 살 수 있는 금의 양은 그만큼 줄었다. 한국 원화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 국내 금 1돈(3.75그램)의 시세가 수만 원이었다면, 지금은 수십만 원이다. 이것은 금이 비싸진 것이 아니다. 원화의 구매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 톱니: 금은 그 부식의 반대편에서 명목 기준 연 7에서 8퍼센트 안팎으로 꾸준히 올랐다. 직선이 아니라 횡보와 하락을 품은 채로 그렇게 올랐다. 이것은 금이 신비로운 자산이어서가 아니다. 화폐가 녹는 속도를 금이 추적하기 때문이다. 화폐 부식이 멈추지 않는 한, 이 톱니도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 톱니: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부채를 늘리고 통화를 푸는 관성은 꺾이지 않는다. IMF 데이터에 따르면 선진국 평균 정부 부채 대비 GDP 비율은 2000년 약 70퍼센트에서 2023년 약 112퍼센트로 높아졌다. 빚을 갚는 정치보다 빚을 미루는 정치가 언제나 이긴다. 유권자는 긴축보다 확장을 선호하고, 정치인은 유권자를 거스르지 않는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통화 팽창은 계속된다.
조용한 10년의 결말
이 세 톱니가 그대로 돌면 결말은 정해져 있다. 드라마는 없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연 2.5퍼센트의 물가 상승이 10년간 이어지면 현금 보유자는 구매력의 약 22퍼센트를 잃는다. 연 3퍼센트면 26퍼센트다. 반면 연 7퍼센트로 오른 금의 명목 가치는 10년 복리로 약 1.97배가 된다. 연 8퍼센트면 약 2.16배다. 화폐가 조용히 녹는 동안, 금은 조용히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이것이 시나리오 A에서 금이 하는 일이다.
현금을 쥔 사람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진다. 금을 쥔 사람은 천천히 이긴다. 다음 장에서 나는 이 조용한 10년 동안 현금과 주식과 부동산과 금이 각각 어떤 길을 걷는지 자산별로 펼쳐 보이겠다.
출처
- 화폐 부식(1971 금태환 정지 이후 지속) | 본서 프롤로그·우리 DB 파생 | —
- 금 명목 장기 CAGR 약 7~8% 가정(하단) | 본서 3-1-2 / 우리 DB
metal_usd_daily| — - 달러 구매력 1971년 이후 약 87% 하락 | 미국 노동통계국(BLS) CPI 데이터 파생 | —
- 선진국 정부 부채/GDP 2000년 약 70% → 2023년 약 112% |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3 | —
- 향후 10년 원/달러·국내 원화 금시세의 구체적 수치는 예측 대상이 아니며, 본문은 구조와 방향만 제시 | 방향성 서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