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1 · 시나리오 A — 점진적 통화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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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주식·부동산·금의 운명
앞 장의 표를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 보자. 같은 출발선에 선 네 사람을 상상한다. 오늘 각자 1억을 손에 쥐었고, 다른 그릇에 담았다. 파국도 기적도 없는 이 조용한 10년이 지나면 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갈릴까. 이들은 가상의 인물이며, 구체적인 수익 수치는 보수적 가정에서 도출한 방향성 예시임을 미리 밝힌다.
첫 번째: 현금 보유자
첫 번째 사람은 전부 현금으로 들고 있다. 10년 동안 그의 통장 잔고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자를 받겠지만, 이자소득세를 내고 나면 물가 상승률과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밑돈다. 실질 수익률은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다. 숫자는 안전하다. 그는 매년 통장을 보며 안심한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이, 그 1억으로 살 수 있는 집과 음식과 시간은 4분의 1쯤 줄어 있다. 연 3퍼센트 물가 상승이면 10년 뒤 구매력은 약 74퍼센트가 된다. 1억의 실질 가치가 약 7,400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통장에는 여전히 1억이 찍혀 있다. 그것이 이 비극의 핵심이다. 그는 잃은 줄도 모르고 잃는다. 가장 평온하게 가장 확실히 가난해지는 운명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현장에서 수없이 보았다. "은행에 넣어 두는 게 제일 안전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틀린 것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화폐 부식이라는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가장 위험하다.
두 번째: 주식 보유자
두 번째 사람은 전부 주식에 넣었다. 그는 성장의 과실을 맛본다. 10년 뒤 그의 자산은 불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은 장기로 보면 화폐 부식을 상회하는 수익을 기업 이익의 성장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이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길은 평탄하지 않다. 10년 사이 그는 몇 번의 폭락을 통과해야 한다. 어떤 해에는 자산이 반 토막 나는 화면을 견뎌야 하고, 그때마다 팔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은 시장 평균보다 낮다. 이유는 단 하나다.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사기 때문이다. 즉 폭락 때 팔아 손실을 실현하고, 오를 때 들어와 비싸게 산다. 이론상의 주식 수익률과 실제 투자자 수익률의 격차가 여기서 생긴다. 그가 치르는 것은 돈만이 아니라 잠 못 드는 밤이다. 그 정신적 비용을 수익에서 빼야 진짜 수익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부동산 보유자
세 번째 사람은 전부 부동산에 넣었다. 그는 큰 한 채에 전 재산과 빚을 함께 묶었다. 집값이 오르면 그도 웃는다. 서울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물가 이상의 수익을 준 경우가 많다. 이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인질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에 눌린다. 2022년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많은 부동산 보유자가 이자 부담으로 생활이 압박받았다. 정책 한 줄에 가치가 출렁이며, 급히 돈이 필요해도 방 한 칸만 떼어 팔 수 없다. 그의 부는 존재하지만, 그가 원할 때 그의 것이 아니다. 유동성이 없는 부는 위기 앞에서 취약하다. 레버리지까지 얹혔다면 하락 구간에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손실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네 번째: 금 보유자
네 번째 사람은 금을 들고 있다. 그의 10년에는 화려한 해가 없다. 자랑할 무용담도 없다. 특정 해에 50퍼센트 올랐다는 이야기도, 단숨에 자산을 두 배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없다. 그저 매년 금은 부식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제 몫을 한다. 10년 뒤 그의 금은 명목으로 약 두 배가 되어 있다(연 7~8% 보수적 가정). 그는 1등이 아니다. 어떤 해에는 주식파가, 어떤 해에는 부동산파가 그를 앞선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잠을 잃지 않았다. 폭락 공포에 팔아야 했던 압박도 없었고, 금리에 눌려 이자를 감당해야 했던 공포도 없었다. 금의 무이자라는 단점이, 이 심리적 안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이익으로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보이지 않는 이익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의사 결정을 망치지 않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 시나리오가 가르치는 것
이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금은 1등을 하기 위한 자산이 아니다. 꼴등을 면하기 위한 자산이다. 파국이 없는 평범한 10년에도, '부식 면역'이라는 칸을 가진 사람이 가장 적게 후회한다. 첫 번째 사람(현금)은 잃고, 두 번째 사람(주식)은 잠을 잃고, 세 번째 사람(부동산)은 자유를 잃을 위험에 노출된다. 네 번째 사람은 비록 1등은 아니지만, 구매력을 지키며 평온을 유지한다. 그리고 만약 파국이 온다면, 그 칸의 가치는 두 배도 열 배도 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다음 갈래에서 하겠다.
출처
- 금 명목 10년 약 2배(7~8% 복리, b-1-2 산식 재사용) | 우리 DB
metal_usd_daily파생 | — - 현금 구매력 약 1/4 잠식(물가 2.5~3% 10년, b-1-2 산식) | 가정 물가율·일반 산식 | —
- 국내 이자소득세 15.4% | 소득세법 제129조 | —
- 개인 투자자 실제 수익률 < 시장 평균(행동 편향) | DALBAR QAIB 연구(연간 발간) | —
- 코스피 2008년 고점 대비 약 55% 하락 / 2022년 금리 인상 부동산 충격 | 한국거래소·한국은행 통계 | —
- 등장 인물·자산 배분은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시이며, 주식·부동산 결과는 수치가 아니라 방향만 제시(원화 환산 미제시) | 예시·방향성 서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