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2 · 시나리오 B — 구조적 통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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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 80~100년 주기의 변곡점
이제 두 번째 미래다. 조용한 연장이 아니라, 질서가 한 번 갈아엎히는 미래다. 나는 이것을 시나리오 B라고 부른다.
역사를 멀리서 보면 통화와 신용의 질서가 사람의 한 생애에 한 번쯤 크게 리셋되는 장면이 보인다. 1929년의 대공황이 그랬고, 1971년 달러의 금 교환 정지가 그랬다. 2008년의 금융위기도 그 결을 따랐다. 나는 이것을 '80년에서 100년 주기의 변곡점'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이 시계처럼 정확히 돌아온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큰 빚과 큰 신뢰가 쌓이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이 인간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는 관찰은 분명하다.
세 번의 리셋을 직접 들여다보자
1929년의 대공황은 신용 팽창이 한계에 이른 뒤 급격히 수축하는 과정이었다. 미국 주식시장은 1929년 9월 고점 대비 약 89퍼센트 하락했다. 대공황 이전 금본위제 체제에서 달러는 온스당 20.67달러로 금과 연동되어 있었다. 루스벨트 정부는 1933년 금 소유 금지령(행정명령 6102호)을 내리며 국민의 금을 강제 매입했고, 곧 금 가격을 온스당 35달러로 평가절하했다. 화폐 한 단위의 실질 구매력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것이다. 금을 쥔 국가는 살아남았고, 종이를 쥔 시민은 혼란을 통과했다.
1971년의 닉슨 쇼크는 훨씬 조용하게, 그러나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질서를 바꿨다. 달러를 온스당 35달러에 금으로 교환해 준다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약속이 깨졌다. 베트남전 전비와 복지 지출로 팽창한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뒷받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금값은 1980년 초 온스당 850달러까지 올랐다. 1971년 기준 35달러에서 24배가 오른 것이다. 금태환이 끊기고 실물을 보유한 사람의 구매력이 얼마나 보존되었는지를 이 숫자가 말해 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담보 파생상품이라는 약속의 사슬이 끊어지면서 시작됐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연방준비제도는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를 동원했다. 2008년 11월부터 시작된 1차 QE는 1조 7,500억 달러 규모였다. 달러가 대량 공급되면서 2008년 초 온스당 900달러 수준이었던 금은 2011년 9월 사상 최고가 1,921달러까지 올랐다. 위기가 통화 발행으로 무마되자 금은 그 반대편에서 가치를 기록했다.
시나리오 B의 구조
시나리오 B는 그 변곡점이 향후 10년 안에 닥치는 경우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부채와 통화 발행이 임계에 이르고, 화폐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무너지는 국면이다. 이때 명목화폐의 가치는 급락하고, 그 반대편에서 금과 은 같은 실물의 상대 가치는 급등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근거는 과거 사례에만 있지 않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연방 부채는 34조 달러를 넘어섰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퍼센트를 상회하는 나라는 이제 예외가 아닌 보통이 되었다. 2020년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전 세계 주요국은 수십 조 달러 규모의 통화를 추가 공급했다. 쌓인 부채와 공급된 통화는 언제고 화폐 신뢰의 임계점을 자극할 수 있다.
보수적 가정의 규율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규율을 분명히 해 둔다. 시중에는 이 변곡점을 두고 금이 1만 달러를 간다거나, 5만 5천 달러로 재평가된다는 식의 자극적인 숫자가 떠돈다. 나는 이런 숫자를 우리 시나리오의 토대로 삼지 않는다. 금 1만 달러, 5만 5천 달러 재평가 같은 수치는 외부 개인의 예측일 뿐이며, 본 시나리오의 가정에서는 채택하지 않는다. 다만 파국 국면에서 실물의 상대 가치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방향을 보여 주는 예시로만 격리해 언급한다. 보수적 가정만 쓴다는 이 책의 약속은 파국 시나리오에서도 깨지지 않는다.
과거 데이터를 현재에 대입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 1929년의 금본위제, 1971년의 브레턴우즈, 2008년의 파생상품 위기는 각각 다른 맥락에서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다. 다음 변곡점이 오더라도 그 형태와 속도는 이전과 다를 것이다. 역사는 반복하지만, 정확히 같은 형태로 반복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시나리오 B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배수가 아니라 방향뿐이다. 화폐가 녹는 속도가 평소의 수십 배로 빨라지는 국면에서, 실물을 쥔 자와 종이를 쥔 자의 운명은 갈린다. 그 갈림길이 자산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다음 장에서 보겠다.
출처
- 통화질서 리셋 사례(1929 대공황 / 1971 금태환 정지 / 2008 금융위기) | 역사 사실·본서 프롤로그 | —
- 1929 주식 고점 대비 하락 89% | 역사 기록(미국 주식시장 데이터) | —
- 1933 미국 행정명령 6102호(금 소유 금지) / 금 가격 35달러 평가절하 | 미국 역사 사실 | —
- 1971 닉슨 쇼크 → 1980년 금값 850달러(1971년 대비 약 24배) | 역사 사실·LBMA 가격 기록 | —
- 2008 연준 1차 QE 1조 7,500억 달러 / 금 2011년 $1,921 최고가 | WGC·연준 공표 자료 | —
- 2024 미국 연방부채 34조 달러 초과 | 미국 재무부 공표 | —
- 금 $10,000·$55,000 리밸류 등 폭등 전망은 외부 개인의 예측으로, 본 시나리오의 가정에서는 채택하지 않고 방향 예시로만 격리 | 외부 예측(비채택) | —
- 80~100년 주기는 역사 관찰에 근거한 가설이며 단정이 아님. 변곡점의 도래 시점·확률은 예측 대상이 아님 | 역사 관찰 가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