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2 · 시나리오 B — 구조적 통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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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나리오에서의 권장 행동
변곡점이 온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을 말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역설부터 짚는다. 파국에 베팅하지 말라. 시나리오 B가 와도 무너지지 않을 준비를 미리 하는 것과, 시나리오 B가 반드시 온다는 데 전 재산을 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후자는 화려한 가정 위에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이 책의 원칙을 정면으로 어긴다. '금값이 몇 배가 된다'는 식의 외부 예언은 본 시나리오의 가정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그런 예언을 근거로 포지션을 세우는 것 자체가 이 책이 경계하는 태도다.
네 마디로 수렴하는 처방
그러니 행동의 뼈대는 평범한 시나리오와 같다. 미리, 실물로, 빚 없이, 나눠서. 다만 변곡점이라는 가정은 이 네 마디 각각의 절박함을 키운다.
첫째, 실물을 의식하라. 앞 장에서 보았듯 위기의 순간 종이금과 실물금의 운명은 갈린다. 평시에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보이지만, 시스템이 흔들리면 거래 상대방 없는 실물만이 온전히 남는다. 같은 금이라도 당신 손에 쥘 수 있는 형태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금 ETF나 금 통장은 보관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운용사, 수탁 기관, 거래소라는 복수의 거래 상대방이 존재한다. 이들이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낮은 확률이지만 0은 아니다. 실물은 그 확률 자체를 제거한다. 편의를 포기하는 것은 명백한 비용이다. 그러나 변곡점이라는 시나리오를 고려한다면, 그 비용을 치를 가치가 있다.
둘째, 미리 확보하라. 이것이 핵심이다. 위기가 닥친 뒤에는 실물을 구하기 어렵고, 구하더라도 웃돈을 물어야 한다. 2020년 팬데믹 초기 전 세계 금·은 딜러들은 실물 품귀와 딜리버리 지연을 겪었다. 변곡점이 왔을 때 새로 사려는 사람은 이미 늦은 사람이다. 평온한 시절에 매월 조금씩 분할로 쌓아 둔 사람만이 그 순간 준비된 채로 서 있다.
원화로 계산하면 이것이 더 선명해진다. 금 1돈(3.75g)의 국내 소매 가격을 기준으로,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면 해마다 일정한 무게의 실물을 쌓을 수 있다. 소매가는 시세에 따라 오르내리므로 실제 매수량은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매수 시점의 실시간 가격을 확인하며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10년이면 소액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무게의 실물이 쌓인다. 소액으로도 꾸준함이 만드는 결과다.
셋째, 빚을 쓰지 말라. 위기의 첫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자산이 함께 떨어진다고 했다. 이때 빚을 내서 산 사람은 강제 청산을 당해, 두 번째 단계의 반등을 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쫓겨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생상품으로 금에 레버리지를 걸었던 투자자 상당수가 금이 회복되기 전에 이미 포지션을 잃었다. 빚이 없는 사람만이 첫 단계의 하락을 견디고 두 번째 단계까지 살아남는다. 레버리지는 위기에서 가장 먼저 당신을 무너뜨리는 도구다.
넷째, 현금도 일부 쥐고 있으라. 모순처럼 들릴 것이다. 현금은 두 번째 단계의 패자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의 저점은 마른 실탄을 가진 사람에게만 기회가 된다. 전액을 금에 묻어 두면 그 기회를 잡을 손이 없다. 2008년 공포 저점에서 추가 매수할 여력이 있던 사람은 이후 큰 보상을 받았다. 현금은 그 실탄이다.
비율의 기준
평시와 위기, 두 시나리오 사이에서 현금과 실물의 비율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이 미묘한 균형의 기술은 뒤의 별도 장에서 따로 다루겠다. 여기서는 하나의 원칙만 남긴다. 어느 쪽이 오더라도 치명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배분을 미리 정해 두라. 그리고 위기가 왔을 때 그 배분을 흔들지 말라.
체크리스트
변곡점을 가정할 때 당신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라.
- 금·은 자산 중 실물 비중이 절반 이상인가
- 실물 금·은은 검수 이력이 확인된 것인가
- 레버리지(빚)를 이용한 금·은 투자는 없는가
- 분할 매수 계획이 가동 중인가 (월정액 or 월정량)
- 비상시 6개월 이상 버틸 현금성 자산이 별도로 있는가
- 보관 방법(개인 금고·은행 금고·전문 보관소)이 확정되어 있는가
결국 두 갈래의 미래는 같은 처방으로 수렴한다. 미리, 실물로, 빚 없이, 나눠서 준비한 사람은 어느 쪽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다음 장부터는 이 처방을 일곱 개의 단순한 원칙으로 정리해, 당신이 오늘부터 지킬 수 있는 규칙으로 바꿔 주겠다.
출처
- 위기 1단계 동반하락·레버리지 강제청산 / 2단계 반등 구조 | 본서 b-2-2 | —
- 실물 우위(거래상대방 위험) | 본서 b-2-3 | —
- 2020 팬데믹 초기 실물 금·은 품귀·딜리버리 지연 | 업계 보고(World Gold Council 등) | https://www.gold.org/goldhub/resear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