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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챕터: 투자 시나리오 — 보수적 관점의 두 갈래 길

b-5 · 위기 국면에서의 금·은 비율 조정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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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검증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론은 충분하다. 이제 실제 역사가 이 두 단계를 어떻게 그렸는지 보자. 첫 번째 증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2008년 3월, 국제 금값은 온스당 1,011달러를 찍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금이 1천 달러를 넘긴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이 금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믿었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수년간의 버블이 쌓인 상태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 상품들이 전 세계 금융기관 대차대조표에 숨어 있었다. 그 규모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해 9월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고 위기가 본격화되자, 금은 모두의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폭등이 아니라 폭락이었다. 10월 24일, 금값은 712달러까지 떨어졌다. 3월 고점에서 약 30퍼센트가 사라진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충격은 더욱 컸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해 원화 기준 금값 하락은 달러 기준보다는 상대적으로 완충됐지만, 그럼에도 단기 가격 충격은 상당했다.

위기가 터졌는데 금이 30퍼센트나 빠지다니.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단계, 공포다. 모두가 빚을 갚고 현금을 쥐기 위해 가진 것을 팔았고, 금도 그 매도의 물결에 휩쓸렸다. 월가의 헤지펀드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마진콜을 충당하기 위해 가장 팔기 쉬운 유동 자산인 금부터 쏟아냈다. 리테일 투자자들도 공포에 질려 금 ETF 포지션을 청산했다. 이때 화면만 보고 패닉에 빠져 금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위기에 대비해 산 자산을, 정작 위기가 시작되자 손해를 보며 팔아 치웠다.

이 구간에서 빚을 낸 투자자들의 운명은 더욱 비참했다. 레버리지를 끌어 금을 산 사람들은 가격이 20~30퍼센트 하락하자 강제 청산(liquidation) 신호를 받았다. 더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었다. 가장 싼 값에 팔도록 시스템이 강제했다. 그들은 이후의 폭발적 반등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가 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돈을 풀자, 금은 본령을 드러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퍼센트대로 낮추고, 양적완화(QE)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규모 매입해 시중에 달러를 공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화폐가 대량 공급될수록 금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갔다.

2009년 12월에는 1,212달러로 이전 고점을 넘어섰고, 2011년 9월에는 1,895달러까지 올랐다. 10월의 저점 712달러에서 산 사람은 약 2.7배를, 3월의 고점 1,011달러에서 산 사람조차 거의 두 배를 벌었다. 겁 없이 버티며 2008년 10월에 조금 더 담은 사람은 3년 뒤 장부에 166퍼센트의 수익을 보게 된다.

원화로 계산해 보자. 2008년 10월 24일 달러 기준 712달러, 당시 원달러 환율은 대략 1,350원대였다. 온스당 원화 가격은 약 96만 원이었다. 2011년 9월 금값 1,895달러, 당시 환율은 약 1,080원대. 원화 환산 약 205만 원. 3년 만에 원화 기준으로도 두 배를 훨씬 넘는 상승이었다. 달러 약세(환율 하락)가 일부 상쇄 작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기준 수익률 역시 100퍼센트를 넘겼다. 이 수치는 정확한 당시 환율이 아닌 대략적 추정임을 밝혀 둔다.

이 한 번의 역사가 모든 것을 말한다. 첫 단계의 30퍼센트 하락은 위험이 아니라 일생일대의 바겐세일이었다. 그것을 견디고 오히려 사들인 자와, 공포에 팔아 치운 자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그리고 견딜 수 있었던 사람은 빚 없이 산 사람뿐이었다. 빚을 낸 사람은 저 30퍼센트 구간에서 강제로 청산당해, 2.7배의 보상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 책이 레버리지를 금기로 여기는 이유다.

과거 데이터를 현재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 다음 위기가 2008년을 똑같이 반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락의 폭이 더 작을 수도,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 패턴—공포의 동반 매도, 뒤이은 화폐 공급, 그리고 금의 재평가—은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 온 흐름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위기가 왔을 때 당신의 행동은 달라진다.


출처

  • 2008 금값 고점 $1,011.25(2008-03-17) / 저점 $712.50(2008-10-24, 약 -30%) / $1,212.50(2009-12-02) / $1,895(2011-09-05) | 우리 DB metal_usd_daily | —
  • 저점→2011고점 약 +166%(2.66배), 고점 대비 +87% | 우리 DB 파생 계산 | —
  • 리먼 브라더스 파산(2008-09-15) | 공개 역사 사실 | —
  • 원화 환산 수치(96만 원→205만 원)는 당시 환율 대략 추정치 — 정밀 검증 필요 | —